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쟁점 법안들에 대한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입법 폭주에 나서고 있다. 한 치 양보 없이 맞서며 수적 우위를 무기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타협'이나 '협치'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강공 모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영수회담에서 원하던 답을 얻지 못하자,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며 본회의 개의를 압박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을 향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처리하지 않으면 21대 국회는 국민에게 면목이 없게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5월 임시국회는 거대 야당의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처리하려는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 관리법, 전세 사기 특별법,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조사하는 특검법 등이다. 모두 여야 간 대립하는 법안들이다.
민주당의 폭주는 앞서 영수회담에서 이미 예고됐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영수회담에서 언급한 12가지 요구 사항을 대부분 거부하면서 '여소야대'인 22대 국회에서도 협치 전망을 어둡게 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민의로 확인된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판단이다.
회담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한 대치로 치닫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국민은 매일 반복되는 정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원한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하라고 총선에서 표를 던져준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헌정 사상 초유의 선거법 단독 처리를 시작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무수한 입법 폭주를 반복했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는 결국 국민 관심과 눈길에서 더 멀리 외면될 지도 모른다.
치솟는 물가와 터질 듯한 가계 부채 등으로 국민은 고통받고 있다. 현재를 버티고 열심히 살며 미래를 설계하는 국민을 위해 정치가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하는데, 정치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이다.
이제는 정치를 향한 불신, 혐오가 만연한지 오래여서 결국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국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폭거를 일삼으면 반드시 심판을 한다.
거대 야당이라도 협치와 타협의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뒤돌아 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민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민생 현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머리를 맞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줘야 한다.
당장 정치적 계산을 따지지 않고 진짜 위기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가 권력 획득을 위한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존을 위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여당을 비난하기에 몰입하지 않고,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입법 폭주 대신 협치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