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 재석 259명·찬성 256명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해당 안건을 상정하자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반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 재표결은 여야 합의에 따라 무난하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 간 이견을 보였던 '전세사기 특별법'도 야당 주도로 부의되면서 이달 말 본회의 표결이 전망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재적 의원 296인, 재석 168인, 찬성 168인으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다. 야당은 여당이 법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단독으로 제출해 특검법을 상정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 상정에 앞서 국회의장석에 모여 이를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범야권이 지난해 10월 6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힘을 합친 지 약 7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이 해당 안건을 상정하자 이에 반발해 김웅 의원을 제외하고 집단 퇴장했다.
그간 여야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 국회에서 김 의장과 만나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선 바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약 15분간 진행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세사기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합의되지 않았지만, 이번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의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경찰 이첩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에서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이기에 특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수사가 끝난 후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 재표결은 수월하게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296인 중 재석 259인, 찬성 256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참사가 발생한지 551일만이다. 앞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같은 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되돌아 온 바 있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은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사실상 '여4·야7' 구도라며 특조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해 왔다.
이태원 특별법은 거부권 행사 이후 한동안 표류 상태였지만,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협의에 나섰다. 이양수 국민의힘·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특별법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갈렸던 조항들을 삭제하기로 합의하면서 수정안을 도출했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도 부의됐다. 부의안 가결은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재적 의원 268인, 재석 268인, 찬성 176인, 반대 90인, 무효 2인으로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대통령령이 정한 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선구제 후회수' 내용이 골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 소요는 물론, 국민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해왔다.
여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본회의장을 퇴장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입법 폭주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