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압도적인 여소야대를 이뤄낸 야당은 여당 반대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선 구제 후 구상’ 방식을 지원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야권 의석이 과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수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적 계약에 따른 사기 피해를 정부가 구제한 전례가 없고,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안 개정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소 1조원대에서 최대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쪽 의견 모두 타당성이 있어 이분법적 문제는 아니다.
여당 의견은 보이스피싱 사기피해자들의 경우 사기범들의 함정에 빠져 의도치 않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데 특별법은 고사하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계약서에 스스로 날인을 했고 등기부등본을 통한 선순위 권리관계 등 계약 전 본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 또 지난해 특별법을 통해 부족하나마 지원대책이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청약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한 돈인 주택도시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소모성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기금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는 사실 등 충분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야당의 일방적인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안에 필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이유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부동산 계약경험이 부족한 2030 사회 초년생들이기 때문이다. 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고 계약기간 동안 거주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전세제도를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이유다.
반대의 목소리도 충분히 일리는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2030 사회초년생들에게 국가와 기성세대들이 투자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선지원을 해주더라도 나중에 구상권으로 회수할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제2, 제3의 사기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본래취지에서 벗어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지원을 해줌으로써 사기범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에 야당 주도로 급하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보완과 예방대책까지 포함하는 제대로 된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선구제를 주택도시기금에서 바로 지원해주지 말고 전세채권을 반환하지 못하는 집주인인 임대인에게 저리 신용대출 형식으로 빌려줘서 집주인이 피해를 입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게 하고 선 지원한 대출금에 대한 채권에 대한 책임은 집주인에게 채무로 남겨 장기적으로 갚거나 다른 자산을 매각 또는 경매를 통해 갚도록 하는 것이 맞다.
전세사기는 예방이 최선인 만큼 전세계약을 할 때 정부·대법원·국세청·HUG·공인중개사협회 등이 공동으로 구축한 계약시스템에 접속해 전자계약을 하거나, 서면계약서를 스캔해 입력할 경우 집주인의 세금체납과 과거 전세금 미반환이력, 주택보유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 전세계약 안정성을 자동 검사하게 해주고 보증보험 가입까지 진행해 믿고 계약하면 끝나도록 하는 원스톱 계약시스템 구축까지 완료하는 등 피해자 구제와 예방까지 제대로 된 전세사기특별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