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국인 근로자 ‘적극 수용’…2050년까지 2배 늘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며, 전 산업에 걸쳐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지속돼 적극적인 외국인 근로자 수용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
12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4년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주요 제조 산업에서 미충원율은 20~30%에 달했다. 자세히는 △철강(33.4%) △기계(27.9%) △디스플레이(25.4%) △조선(20.8%) △자동차(20.6%) △반도체(20.5%) △전자(20.4%) 등 주력 7개 업종의 미충원율이 20%를 넘겼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 고용하고 싶어하는 것이 확인된다. 개별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 상향조치에도, 여전히 외국 인력이 부족한 사업주들은 29.7%(추가활용 계획 평균 4.9명)로 나타났다. 외국인력(E-9) 활용업체 5만4780개사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1만6270개사에서 약 7만9723명에 대한 수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 현장의 수요 대비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력난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번졌다. 관광·마이스 업계도 외국인 인력 고용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PCO협회와 한국호텔업협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비스산업 분야 심각한 인력난 타개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외국인 고용허용 업종과 사업장별 고용한도 확대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산업과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일부 업종만 허용하는 비전문취업비자(E9)를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성환 한국PCO협회장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식서비스 분야인 컨벤션 등 마이스 업종은 현재 턱없이 부족한 일손으로 아예 사업 수주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국내 유학생의 취업 허용과 같은 단기 대책과 동시에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문취업비자(E-7) 허용 등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기피현상에 더해,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며 인력난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2024년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생으로 인해 15~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기준 3657만명에서 2044년 2717만명으로 940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활력을 떨어뜨려 내수시장 붕괴를 불러오고, 노인 부양 부담이 커져 경제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장기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의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4.0%로 20년 전인 2003년(10.3%)과 비교하면 2.3배다. 같은 기간 50대 비중도 14.6%에서 23.8%로 1.6배가 됐다. 30대 비중은 27.2%에서 17.4%로, 29세 이하는 20.5%에서 13.5%로 각각 감소했다. 40대 비중 역시 27.3%에서 21.3%로 줄었다.
고령화 및 인력난이 향후에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용을 확대하는 일본의 정책에 관심이 몰린다. 일본 정부는 구조적인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고자 외국인 근로자 수용 정책 완화에 속도를 올렸다. 지난 2019년 4월 제정된 ‘특정 기능’ 제도를 통해 외국인에게 합당한 급여를 제공한다. 또한, 최소 5년 이상 일해 숙련공으로 인정받은 외국인은 원하는 기간만큼 본국의 가족들까지 데려와 함께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4만8675명,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 수는 31만8775개로 2022년 10월(182만2725명, 29만8790개) 대비 각각 22만5950명(12.4%,), 1만9985개(6.7%)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 수 및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신고가 의무화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기업 규모별로는 소규모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일본 내 31만9000개 사업장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이며, 이들 기업 5곳 중 3곳은 전체 직원 수가 3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50년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며 제조업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이 어려울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의사소통 등의 문제도 많이 겪고 있는 만큼 단순한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근로자 도입 및 장기 근속에 대한 수요와 더불어 입국 전 직무 교육 강화 및 생산성 수준 증대를 위한 제반 환경 조성 등 외국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 조건의 내국인과 비교해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은 고용초기(3개월 미만) 59.0%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