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비용 부담 증가...건설·부동산업 등 취약”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지속되는 고금리 여파에 이자를 받지 못 하는 이른바 ‘깡통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연체율,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 등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일 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1분기 말 무수익여신은 2조9700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7526억원) 대비 7.9%(217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2조2772억원)과 비교하면 6928억원(30.42%)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연체 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것으로 속칭 ‘깡통 대출’이다. 이 중 이자 미계상 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 상환 능력 악화 여신, 채권 재조정 여신 등을 포함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멈춘 대출을 무수익여신으로 분류한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7498억원으로 전년(5221억원) 대비 43.6% 증가하며 4대 은행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33.07%, 우리은행이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 각각 늘었다.
무수익 여신 증가는 대손충담금 증가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손충담금 적립 잔액은 합계는 8조643억원으로 2022년 말(6조4314억원) 대비 25.39% 급등했다.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은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작년 말 2조605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1년새 불어난 적립액은 7422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누적액이 많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1조837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연체율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 범위는 0.23~0.28%로 2022년말 0.17~0.22% 대비 하단이 0.06%포인트, 상단이 0.06%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KB국민은행 0.06%포인트, 신한은행 0.04%포인트, 우리은행 0.03%포인트, 하나은행 0.07%포인트 각각 올랐다.
건설업 등 경기 침체도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서 소득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 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들 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로 2022년 말(37%)보다 7.4%포인트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 속 일정 정도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원리금 상환 부담은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