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불안에 금리인하 지연…이자 못 갚는 한계기업 증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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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환율 불안에 금리인하 지연…이자 못 갚는 한계기업 증가일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5.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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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기업들...대출 늘고 예금 줄고 연체율은 껑충
고금리 지속에 기업대출 이자 쓰나미...부실폭탄 째깍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생산시설 확장,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여윳돈은 말라가고 외부에서 빌리는 차입 규모만 늘고 있어서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 수도 증가일로다.

한국은행이 20일 공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2023년 말 2734조원으로 2018년부터 6년간 1036조원이나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8.3%)은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의 두 배를 훌쩍 넘었고,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치솟았다. 최근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며 기업의 생산·운영 비용이 오른 영향이 크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배럴당 84.61달러로 지난해 말(77.33달러)과 비교해 9.41% 증가했다. 전달(89.17달러)과 비교하면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354.9원으로 지난해 12월 평균(1303.98원)과 비교해 50.92원 올랐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들의 생산·운영 비용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금리와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비용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급기야 예금을 줄여 부채를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9% 감소했다. 기업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말 135조 812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 7070억원(2.9%)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연체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48%로 가계대출 연체율 0.37%보다 높게 형성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1년 전과 비교해 0.16%포인트(P) 상승했다. 예금 비중을 줄인 기업들이 생산·운영 비용의 증가와 고금리 대출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대출 중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말 기준 4대 은행 무수익여신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5%(1조8867억원)이다. 1년 사이 기업대출의 무수익여신이 23.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의 증가율은 16%이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자,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산업계 주요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재무제표(연결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자비용은 총 12조10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제로(0)’ 금리 수준이었던 2021년(5조784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7조 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높은 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꺾이면서 총차입금(총차입부채)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30개 기업의 총차입금은 2021년 325조 원에서 2022년 354조 원, 지난해에는 396조 원까지 증가했다. 이 기간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28.93%→28.89%→29.95%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인 부채비율도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 이들 기업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평균 335%로 나타났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기면 재무구조가 위험하다고 본다. 한계기업도 계속 늘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에 이른다. 2022년 말(37%)과 비교해 7.4%P 상승했다. 경기둔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는 회사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657건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439건이 신청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과 일부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 때문에 안정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어, 기업간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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