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제고로 매각 가능성 높일 전망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11번가가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FI(재무적투자자) 주도 하 강제 매각 작업이 쉽사리 진전되지 않으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순위로 두는 모습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업으로 발돋움해 매각 성사율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적자폭을 지속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떨어졌다. 동기간 영업손실은 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318억원) 대비 38.7% 개선했다. 이는 4분기 연속 전년대비 손실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당기순손실도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248억원) 보다 19.4% 향상했다.
특히, 11번가가 지난 3월에 이어 지난달 오픈마켓(OM) 사업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며 올해 연간 흑자 전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오픈마켓 사업에서 2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와 지난 1~4월까지 누적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수익성 개선은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버티컬 서비스와 전문관을 통해 마트, 패션 등 수익성이 높은 상품 카테고리의 판매를 늘리고, 마케팅 운영 효율화 등 내실 다지기로 실현한 성과로 보여진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의 FI로 이뤄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5년 내 IPO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기한(지난해 9월 30일)을 넘겼다. 11번가 모회사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11번가는 FI 통제 하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새 주인 찾기가 녹록하기 않은 형국이다. 현재 기업가치는 2018년 투자 당시(2조7000억원)와 비교해 큰폭 떨어진 5000억 수준인데도 인수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11번가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는 이달로 계획됐던 투자설명서(IM) 배포 일정을 내달로 연기했다.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던 기업들도 11번가 인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큐텐은 SK스퀘어와 투자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측도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계획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알리는 한국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어, 타 기업 인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번가는 매각 추진과 관계없이 기초 체력 다지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틀을 구축하면 매각 작업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티컬 서비스와 특화 전문관의 성장을 지속 꾀한다. 올 초 선보인 간편식 버티컬 ‘간편밥상’, 트렌드 패션 버티컬 ‘#오오티디’, 뷰티 구매고객 혜택 프로그램 ‘뷰티라운지’에 이어 고객의 다양한 쇼핑 니즈에 부합하는 신규 버티컬 서비스를 내세워 모객에 나서겠따는 복안이다.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경우 물류센터 운영 효율화 작업에 집중한다. 지난 3월 론칭한 오픈마켓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 ‘슈팅셀러’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력 감축 및 비용 효율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말 12월 만 35세 이상 직원 가운데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대상자 범위를 모든 사원으로 확대해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최근 용역업체를 통해 처리하던 물류센터 업무를 자체 소화하기 위해 일부 내부 인력을 전환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재배치 관련 과정은 추가로 단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홈앤카’ 서비스를 중단하고 올초 ‘티켓 11번가’ 서비스도 접었다.
11번가 관계자는 “매각 작업과 관련해선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며 “수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데, 오픈마켓(OM)에선 흑자가 나오고 있고 내년에는 전체 영업이익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