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논·서술형 평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한민국 교육의 컨트롤타워로 설립된 국가교육위원회의 이배용 위원장은 '정답 찍기'와 '주입식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며 "국교위가 직접 만드는 대입 개편안에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 등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 중심 평가와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며 학교 교육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
학력고사부터 수능의 시대까지 이어져 왔던 객관식 평가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린다. 2015 개정교육과정 발표 이후 과정중심평가를 비롯하여 주관식 평가로 발전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효성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 학교 내신 시험과 수능 등 변별력 있는 주요한 시험에서 논·서술형 문항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의 개막과 연관되어 있다. 교육은 그 시대 사회에서 취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직업이 함양해야 하는 역량을 중심으로 편성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의사, 변호사 같은 '사자 직업'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직업들은 '방대한 정보'를 암기하고 응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은 많은 정보를 암기하는데 집중되어 있고, 암기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식 평가가 흔히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저장하고 출력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위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외에도 정보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적절한 정보를 취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뇌 속에 저장된 정보'와 '이를 습득하기 위한 암기력'의 권위는 추락하게 되었다.
현시대 그 어떤 권위와 선호가 있는 직업이라도 '정보'가 직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과거 전화교환원처럼 신속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 반대편에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직무나,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직업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는 가르치는 정보의 양은 줄이고, 암기 중심의 학습은 지양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객관식 평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인공지능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기 위한, 혹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한 역량인 창의력, 도전정신, 혁신 역량, 문제해결력, 융합적 사고력을 주요하게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역량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논·서술형처럼 좀 더 다각화된 평가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그랬을 때 새롭게 도래한 인공지능 중심의 세상에서도 우리는 경쟁력을 잃지 않고 이 시대 필요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