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고용불안으로 인한 반복수급일 뿐 부정수급 아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에 대한 수급액 감액 등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방안이 담긴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개정안을 지난 21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실업급여로 불리는 구직급여를 5년간 2회 이상 받은 근로자가 다시 지급 대상이 됐을 경우 수급 횟수를 기준으로 급여액을 최대 50% 줄이는 것이다. 또 구직급여를 다시 받기 위한 대기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높은 임시직 근로자 비중과 짧은 근속기간 등으로 반복수급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로 이로 인해 노동시장 구조 왜곡해 가입자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5년 이내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반복수급자는 11만명 수준으로 지난 2019년 대비 1만4000여명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1조792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8년 6조6884억원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실업률은 3.3%로 전분기 대비 0.7%p 늘어난 상황이다.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지급했던 2021년(12조625억원)의 실업률이 3.7%였던 것을 감안할 경우 올해 큰 규모의 재정지출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섰고 신규 신청자는 10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노동계는 실업급여 감액에 대해 청년 및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27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불안으로 인한 반복수급은 부정수급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관련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학교 예술강사로 근무하는 박수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조합원은 "예술강사는 10~20년을 일해도 매년 실업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상 학교 예술강사의 채용기간은 1년 이내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조합원은 "정부는 실업급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청년 예술강사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도훈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은 "미화·경비 직종의 경우 다수 노동자들이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1년·6개월·3개월 초단기 계약직과 오래 버틸 수 없는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권과 자본이 실업급여 반복수급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