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제한에 대부업도 ‘뚝’…“법정최고금리 완화해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금융권마저 대출문턱을 계속 올리면서 중·저신용자가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 대출이 전년대비 약 50% 가까이 급감했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완화해 저신용자가 금융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캐피털 업계에서 취급한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조 79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9조 564억원)과 비교해 1조 4270억원(15.01%) 감소한 수치다.
취급 건수도 같은 기간 85만 6453건에서 75만 2022건으로 1만 4431건(12.19%) 줄었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 금리를 공급하는 신용대출을 말한다. 신용이 낮아 1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 15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조 6244억원(42.9%)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민간 중금리 대출 규모는 1조 1779억원으로 2022년 4분기 대비 3309억원(32.0%)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의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줄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는 39만 1506건으로 전년 대비 23만 4364건(37.4%) 감소했다. 4분기 대출 건수는 전년(9만 1702건) 대비 23.7% 감소한 6만 9939건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여신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02조 3301억원으로 전월 대비 8870억원 줄었다. 지난해 2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중금리 대출 취급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의 충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축은행과 캐피털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과 경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을 대폭 늘리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고 했다.
실제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며 취약차주들이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690억원(37.4%) 증가한 수치다.
1년 사이 개인사업자의 대출 총액 규모가 2.4%(315조원→322조원) 증가하는 동안 연체는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0.31%에서 올해 1분기 0.42%로 올랐다. 통상 3군데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 이내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경우 취약차주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만 173만명 수준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0%를 넘어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과 대출 증가 억제를 위한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1금융권 대출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밀려난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면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론 대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821억원으로 2월(38조4744억원)보다 77억원 증가했고, 1년 전(36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만기가 돌아온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카드론 대환대출도 3월 말 기준 1조7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00억원 증가했다. 수요가 커지는 만큼 금리도 높은 수준인데,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를 훌쩍 넘고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경우 17~18%까지 올랐다.
카드론 대환대출을 하면 당장 돌아오는 빚은 막을 수 있지만, 금리는 더 오르고 신용등급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고금리 상황에서 계속되는 자금난이 저신용자, 취약차주를 더 고통 속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다.
제도권 금융의 끝단인 대부업 시장마저 지난해 신규대출 규모를 70% 이상 줄였다. 이에 당장 돈이 필요하지만 대출받을 곳이 없는 서민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저신용자 보호를 위해 20%로 묶어놓은 법정 최고금리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출금리가 다소 높아지더라고 제도권 내에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저신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오를 떄 법정 최고금리도 조정되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부 해외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서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