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도 제로 대전, 웰니스 시장 정면 승부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빙과업계가 제로 칼로리 제품과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3일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빙과 시장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2015~2016년까지는 7월부터 9월까지의 빙과 매출이 7000억원대였으나, 2018년에는 6189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4821억원으로 5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업계는 출생률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아이스크림의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0~19세 인구는 2015년 1032만명에서 2019년 913만명으로 4년 만에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성인들의 웰니스 관심 증가도 아이스크림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 다이어트와 저칼로리 식음료를 찾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제로 칼로리 음료 시장의 급성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20년 924억원에서 2022년 3683억원으로 2년 만에 4배가 됐다.
이에 빙과업계는 올해 무더위가 일찍 시작해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제로칼로리 아이스크림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또 빙과 시장 축소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무대를 넓혔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헬스&웰니스를 주요 사업 전략 요소로 수립하고 설탕 대신 천연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사용해 국내 빙과 업계 최초로 0칼로리 아이스크림 스크류바와 죠스바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1개월 만에 약 720만개가 판매됐다. 이는 당초 계획된 320만개가량의 물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인도 빙과시장을 겨냥해 롯데웰푸드의 인도 자회사 아이스크림업체 하브모어의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폭염으로 최고 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가는 인도의 여름 성수기를 공략하면서 오는 7월부터는 신규 빙과 생산 시설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하브모어의 현지 맞춤 제품은 물론 K-문화의 인기에 맞춰 롯데웰푸드의 아이스크림도 추가로 선보이면서 선두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인도 빙과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아이스크림 매출액이 연평균 15% 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웰푸드와 시장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는 빙그레 또한 파워캡 블루아이스 제로와 자회사 해태아이스의 폴라포 커피 제로 판매를 시작했다. 대체당으로 기존 제품의 맛을 구현하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향후 다른 제품의 제로 버전도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또 빙그레는 해외에서 메로나가 히트를 치면서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겼다. 빙그레의 해외 매출은 2019년 632억원에서 지난해 125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 중에서 냉동 품목의 비중은 43.5%에서 56.4%로 상승했다.
메로나의 미국에서 연간 판매량이 1800만개 이상에 달했으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아이스크림의 약 70%가 빙그레 제품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캐나다, 동남아 등에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면서 빙그레도 적극적으로 수출국가를 늘려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빙과시장이 적절한 탈출구를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는 제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한국 아이스크림의 위상을 높여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