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브레이크'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범야권을 중심으로 반기업 성향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야당이 190석 이상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입법 권한이 더욱 세졌기 때문이다. 경제계 반발을 샀던 법안들이 재추진되면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노조법 2·3조 개정인 일명 '노란봉투법'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노란봉투법 발의에는 당내 주요 노동계 출신 의원들도 함께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지난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노란봉투법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 요건을 충적하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이에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노란봉투법은 거대 야당의 강행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에 따른 부결 및 법안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 다수도 노란봉투법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양대 노총도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1호 민생법안 패키지에 노란봉투법을 포함시키로 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논평을 내고 "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한 노란봉투법을 발의하겠다"며 "민주당과 더불어 뜻을 함께 하는 야당들과 함께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 입법 시 노사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다수의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노동분쟁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사용자 및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경우 노사관계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재현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과 정준호 의원도 이를 골자로한 상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며 야당과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배임죄 처벌, 소송 남발로 투자가 위축돼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법 개정안 실현 시 배임죄 폐지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법 개정안을 배임죄 폐지까지 묶어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배임죄 폐지에 부정적인 기류여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뿐 아니다. 경제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국회에서도 야권의 반대로 계류하다 무산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적용 유예시 산업현장 혼란만 부추기고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위협받게 된다"고 적용 유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