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시장은 ‘역전세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5월 서울 빌라 전세거래 4만2546건 중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거래 9653건을 분석한 결과 46%인 4437건이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하락했다.
비아파트 전세가 회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세사기와 역전세 영향으로 그간 안전하다고 믿었던 전세거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수요가 월세나 아파트 전세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세사기와 역전세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인천 빌라 사기왕처럼 처음부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챌 의도를 가진 경우는 집주인이 작정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예방하기 어렵고, 조심한다고 해서 피하기도 힘들다. 사기범은 돈이 되는 것에는 독버섯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단속만이 최선이다.
하지만 역전세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존 전세보증금의 완전한 반환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말한다. 집주인의 계획이 아니라 시장의 전세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후발적 문제다. 집주인은 당연히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현실은 전세를 끼고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가가 하락할 경우 역전세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전세시장은 전세사기보다는 역전세 문제가 더 크다.
전세가격 하락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2022년 하반기처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일시적 전세가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다. 금리는 정부도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두 번째 원인인 정책의 실패로 전세가가 떨어지는 경우다.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요건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하향조정을 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현재 세입자는 1억5000만원까지 보증보험이 가능했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세입자는 1억2600만원으로 보증보험한도가 줄어들면서 강제적으로 전세가격 하락이 발생했고 자연스레 그 차이만큼 역전세가 된 것이다.
빌라와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소형아파트 전세도 보증보험 한도 하향조정으로 인해 역전세를 겪고 있다. 어설픈 정책의 실패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와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모두 피해자가 됐다.
최근 정부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126% 그대로 유지하되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집값 산정 시 공시가격과 함께 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도 예외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책은 단순하면서 핵심을 건드릴수록 효과가 커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감정평가 개념을 잘 모르고 적용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개선안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도기준 변경으로 발생한 문제라면 원래대로 150%로 상향조정을 하고 전세사기 악용 우려는 사기범 처벌 강화와 안전한 전세계약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하면 된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제때 풀지 않고 시간만 끌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