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금투세 폐지, 상속세율 완화 등 감세 정책 언급
중도층 지지율 10%대…국정 동력 확보 '난망'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층을 향한 정책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 후 첫 지방 민생토론회 행선지로 지지 텃밭인 경북을 선택했고, 고물가·고금리에 대응하는 민생 정책 대신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율 완화와 같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의 중도층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책과 행보를 지속하는 한 국정 운영 동력을 공급할 중도층의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후 재개한 두번째 민생토론회의 행선지를 경북으로 잡았다. 앞서 총선 후 첫 민생토론회는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노동개혁'을 주제로 열렸다.
지난 20일 윤 대통령은 경북 경산시 영남대 경산캠퍼스 천마아트센터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스물여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지역 현안 사업에 수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성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 '국도 7호선 경주-울산 구간 확장'과 같은 지역 인프라 사업을 비롯해 '8000억원 규모 동해안 수소경제 산업벨트 조성 사업', '경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업단지 조성',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현안 사업 등이 대거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위기를 겪을 때마다 대구와 경북 등 보수 텃밭을 찾아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전형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이 끝난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4월 3주차 조사에서 23%를 기록한 이후 두 달 넘게 20%대에 머물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퍼주기'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과 '주 69시간' 노동시간 논란으로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급락하자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서문시장에서 격려와 응원을 힘껏 받았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힘이 난다", "대구 시민의 땀과 눈물이 담긴 역사의 현장, 바로 이 서문시장에 이러한 우리의 헌법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거듭 나타냈다.
이번 경북 방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정신을 강조하고,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이 있는 영남대 역사관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지방 발전 정책도 새마을운동 정신과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은 새마을운동 정신과 상통하는 것"이라며 "조국 근대화의 성취를 이끈 저력을 바탕으로 경북이 더 크게 도약하고 성공적인 지방시대를 열 수 있도록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로 촉발된 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은 종부세를 폐지하고 상속세율을 최대한 30% 내외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판을 키우고 나섰다. 종부세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5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입장 역시 재차 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층 맞춤형 정책 행보에 몰두하고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이 '민생 회복 지원금' 25만원 지급안을 '전 국민'에서 '선별 지급'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거부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에서 '경제·민생·물가'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정 운영 동력의 근간이 되는 중도층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후 두 달 동안 중도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13~20% 사이에 머물며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지지층 30% 지지율만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행보를 보였다"며 "그 결과가 총선 참패로 나타났음에도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대의 중도층 지지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면 전환을 위한 어떠한 대책을 내놔도 이미 떠나간 중도층 민심을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