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어대한'에 흥행 비상…잠룡들 등장에 판 커져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한동훈 대세론'에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들이 전무,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후보등록 마감을 앞두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 열기는 차츰 고조될 전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인사들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우선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발표하고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며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여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 주자로 꼽힌다. 그는 무수한 출마설 끝에 최근 측근들을 여러 차례 만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았으나, 전당대회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한 전 위원장은 그간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이란 말이 거론되는 등 유력주자 사이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원 전 장관은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며 "원팀이 되어야 한다. 이 길로 가야만 3년 남은 정부를 성공시키고, 재집권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여당 험지인 인천 계양을에 도전장을 내며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바 있다. 그가 선거 패배 이후 두 달째 잠행을 이어오다 당 대표직에 도전한 배경과 관련해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원 전 장관의 경우 윤 정부 초대 내각 인사로 안정적인 당정 관계 구축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경선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보수 재집권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에는 훌륭한 대권주자가 많다"면서도 "계파 없고, 사심 없는 제가 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당초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각을 세우면서 '한동훈 대항마'로 부상했다. 그간 출마 관련 언급을 아꼈던 그는 지난 17일 "적극적으로 조금 더 열심히 생각해 보겠다"며 사실상 출마로 무게를 뒀다. 특히 친윤계와 거리를 뒀던 나 의원은 최근 "친윤계든 비윤(비윤석열)계든 반윤(반윤석열)계든 만약 출마를 하면 어떤 표든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며 세력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친윤 후보인 원 전 장관 등장에 나 의원이 친윤계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상현 의원은 여당 당권 주자들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고 당의 혁신을 위해 모두 쏟아붓겠다"고 역설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비윤(비윤석열)계이자 수도권 인사다. 이에 그는 수도권 험지 생환 등 경쟁력을 부각하며 다른 후보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윤 의원은 유력주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공천 위협 앞에서도 용기 있게 '수도권 위기론'을 꾸준하게 말했나. 누가 수도권 최전방에서 다섯 번이나 민주당과 싸워 이겼나"라며 "누가 법조인이 아닌 경제·외교·안보 전문가인가. 이구동성 윤상현"이라고 피력했다.
당초 '어대한'에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대거 당권에 도전하면서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당대회 라인업이 구체화하면서 이번 경선은 한 전 위원장 독주 속 다른 후보들의 도전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자 구도가 형성된 만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별도 결선을 치른다. 한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선에서 후보 단일화 등으로 역전패를 당할 확률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 주류 세력인 친윤계 지원 향방 등은 선거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