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대표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 한계…인상폭 최소화해야”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계가 한계에 내몰린 현장의 경영상황을 토로하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구분 및 인상폭 최소화를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7일 여의도 본회에서 ‘지불능력 고려한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저임금의 지급 당사자인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개최됐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실제로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41.2%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이재광 위원장은 “중기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3%이 올해 최저임금도 부담스러우며 61.6%은 최소 동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법정기한을 넘어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지더라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 수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기업의 지불능력은 경영능력, 노동생산성, 업종의 채산성에 영향을 받는데 노동생산성에 기인한 지불능력 차이까지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생계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EITC(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언론을 통해 일부 경기지표가 개선됐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진다. 지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라며 “(사업주의)지불 능력도 균형 있게 고려해 지불능력이 취약한 일부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들어오면서 안 그래도 무관세인 저가 수입가구와의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가정용 가구의 경우 일부 큰 회사 외에는 빚으로 경영하는 수준”이라며 “원가가 올라도 사실상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문을 닫는 가구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심상백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편의점은 인건비가 오른다고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적자를 안 보려면 결국 사장이 더 많이 일하는 수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생보다 임금이 적은 점주들이 태반이다. 소상공인 업종도 좀 살 수 있게 지불능력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을 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성문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건비가 단가에만 잘 반영된다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서 조금이라도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의 최저임금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최저임금이 동일하다 보니 쉬운 일자리로만 가려고 해서 조금이라도 숙련이 필요한 자리는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주열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철근임가공은 운송료를 포함한 인건비 비중이 70%가 넘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편인데, 철근가공비는 제자리걸음에 올해는 건설경기가 너무 안 좋아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인건비는 납품단가연동제 대상도 안 된다”며 “일감이 줄어 고용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철근임가공은 지방에 소재한 특성상 외국인력 비중이 높은데 외국 인력들은 1년이 넘으면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규모 기업의 고용을 축소시킨다고 주장했다. 지불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최악의 경영사정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결정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