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계가 생각하는 시대, '생각하는 동물'의 운명을 철학하다 『육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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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기계가 생각하는 시대, '생각하는 동물'의 운명을 철학하다 『육후이』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7.01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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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가 대신 생각하고 창조하는 시대,
- ‘생각하는 동물’의 운명에 대한 최전선의 철학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어째서 기술은 오늘날 철학의 첨예한 화두가 되었는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이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편재하면서 ‘인간’과 분리 불가능해졌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요인을 넘어 세계 그 자체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 인간 중심 형이상학은 지금의 사태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인간과 기술의 뒤얽힘, 그로부터 창발하는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컴북스이론총서 '육후이' 박준영 지음<br>
컴북스이론총서 '육후이' 박준영 지음
이 책은 전 세계 기술철학을 선도하는 육후이의 사상, ‘코스모테크닉스’를 요약한다. 인간과 기술의 이분법을 뛰어넘게 해 주는 ‘기관론’부터, 디지털 객체의 특성인 ‘간객체성’, 오늘날 기술의 핵심 특성인 ‘재귀성’과 ‘우발성’, 동양 기술 사상의 토대인 ‘도(道)’와 ‘기(器)’ 개념을 설명한다. 장밋빛 기술 낙관론, 인공지능 디스토피아론을 모두 넘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기술 생태계의 실재를 생생하게 통찰할 수 있다. 육후이(Yuk Hui)는 현재 가장 각광받는 기술철학자로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홍콩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의 지도로 서양철학 전반과 기술철학을 연구했으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후이(Yuk Hui)는 자신의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는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2016),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코스모테크닉스 시론≫(2017), ≪재귀성과 우발성≫(2019),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2021), ≪기계와 주권≫(2024, 근간) 등이 있다. 저술 활동 외에도 전 세계에서 열리는 각종 콘퍼런스와 기술철학 간행물 시리즈를 기획하고 이끌고 있다.

-- 과연 현재 인간이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서 일상을 영위하고 고도의 사유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가? 컴퓨터와 리마인더 그리고 생체리듬 시계에 이르기까지 지금 이 글을 타이핑하는 필자조차 신체적으로 이미/항상 그리고 순간순간 기술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향을 경험한다. 기술은 내 신체에만 머물지 않고 지구 행성 전체를 뒤덮은 인터넷망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오늘날 철학은 향수 어린 복고주의에 머물며 철 지난 개념의 유희에 만족할 것이 아닌 이상 기술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완전하게 정초될 수 없다. -- 01 “근대, 기술적 객체, 기관론” 중에서

-- 기(器)는 문자 그대로 살피면 용기(容器), 즉 무언가를 담아내고 보존하는 도구를 의미한다. 이를 기술철학적 대상으로 바라보면, 기록 또는 기억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는 동북아 사상 속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용어인 ‘도(道)’와 늘 함께한다. 도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함축을 지닌 개념이다. 우선 그 요의(要義)만을 취하면, 도는 ‘인륜과 자연의 본체’이자 ‘진상(眞相)’이다. 도는 우주론이자 도덕이다. 한편 기는 그 우주론의 일부로 그 자체로는 규정되지 않으며, 인간적인 것뿐 아니라 비인간적인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원리가 된다. -- 05 “기와 도” 중에서

지은이 박준영은 ‘수유너머 파랑’ 연구원이자 현대철학 연구자이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프랑스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과 현대 문화론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신유물론에 관심을 두고 번역과 연구를 하면서 강의하고 있다. 육후이의 기술철학 그리고 불교철학과 현대서양철학의 관계도 연구 대상이다. ≪철학, 개념: 고대에서 현대까지≫, ≪신유물론, 물질의 존재론과 정치학≫을 썼으며, ≪신유물론: 몸과 물질의 행위성≫, ≪K-OS≫, ≪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등을 함께 썼다. 번역서로는 ≪신유물론: 인터뷰와 지도제작≫, ≪신유물론 패러다임≫(공역), ≪해석에 대하여: 프로이트에 관한 시론≫(공역)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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