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문예출판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작가 마야 앤절로의 타계 10주기를 기념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대표작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헌정 개정판을 출간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1969년 출간된 일곱 권의 자서전 시리즈 중 첫 작품이다.
마야 앤절로는 이 책을 통해 흑인으로서 받은 인종차별, 예쁘지 않은 여성이 겪는 성차별, 경제대공황기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며 겪은 어려움 등 감수성 예민한 소녀의 비친 사건들을 생생한 비유와 묘사, 섬세한 감성, 재치 있는 표현으로 생동감 넘치게 풀어냈다.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겪으며 내재화된 분노는 앤절로를 흑인 인권운동가, 여성운동가, 무엇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시키는 발판이 됐다.
특히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랠프 앨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과 더불어 미국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자리 잡아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마야 앤절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이 작품은 문예출판사를 통해 2006년 국내에 소개됐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문정희, 최영미 시인 등 한국 여성 문인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작품으로 꾸준히 회자되며 청소년권장도서 등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종, 성별, 나이를 뛰어넘어 평화와 평등을 북돋는 메시지를 던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마야 앤절로는 2014년 5월 28일 자택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미셸 오바마는 그녀의 추모식에서 “마야 앤절로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이 가치를 결정한 다음 인류의 일원으로서 타고난 권리인 자부심과 기쁨을 갖고 이를 세상에 공표해야 한다’고 우리를 일깨워줬다”며 깊이 애도했다.
문예출판사는 마야 앤절로가 남긴 굳건하고 강렬한 의지가 후세의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라며 타계 10주기 기념 헌정 개정판을 새롭게 펴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초역을 맡은 영문학자 김욱동 교수는 18년 만에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세월의 풍화작용을 받은 어휘들을 시대감각에 적합한 역어로 바꾸고 흑인 여성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섬세한 개역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에 실려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작품 해설을 손질해 싣고, 마야 앤절로와 이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역자의 헌사 ‘개정판 번역에 부쳐’를 새로 수록해 앤절로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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