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거래도 당하는 중고거래, 당국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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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직거래도 당하는 중고거래, 당국 ‘속수무책’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7.0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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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매년 1만건 이상↑
‘대포통장’ 막아야 하지만 아직 관련 규정 없는 형편
국내 온라인 중고 시장 규모가 커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역시 확발해 지고 있지만 아직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 피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국내 중고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이를 파고드는 중고거래 사기 범죄 역시 크게 늘고 있지만, 아직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령과 제도가 없어 단속과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온라인 중고거래 관련 사기범죄 피해 건수는 △2021년 14만1000건 △2022년 15만6000건 △2023년 16만8000건 등으로 매년 1만건 이상 증가했다. 중고거래 특성상 소액 사기가 많아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통계치보다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직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물건은 PC·스마트폰·카메라 등 고가의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유아용품, 콘서트 티켓까지 다양해지면서 사기 수법 또한 고도화·조직화 되는 모양새다.

기존 중고거래 사기의 대표적인 수법은 허위 판매 글을 게시한 뒤 피해자들로부터 송금만 받고 잠적하거나, 택배 배송 시간을 벌기 위해 벽돌과 같은 무가치한 물건을 보내는 것이 대다수였다.

또 여러 개의 중고 거래 사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벌여 놓은 다음, 강경한 자세의 피해자에게는 다른 이들에게 편취한 돈을 일부만 보내 사건을 무마시키고, 또 다른 범죄로 돈을 빼돌리는 ‘돌려막기’ 수법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들은 수십 개의 위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만들고, 거래 과정에서 가짜 신문증 사진을 보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재 파악이 쉽지 않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수십에서 수백 개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신종 사기 수법인 ‘중고거래 제3자 사기’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는 직거래가 가진 신뢰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사기 조직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구한 뒤, 이 사이에서 대면 거래를 유도한다. 사기범은 이들에게 약속 직전 대리인이 찾아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구매자에게는 사기에 사용되는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구매자는 판매자의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입금하지만 이 돈은 판매자 대신, 사기 조직에게 흘러들어가게 된다.

또 사기범들은 안전한 거래를 강조하며 안전결제 앱을 통한 결제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피싱 프로그램을 보내 상대방의 각종 개인정보를 탈취하기도 한다. 이를 기반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추가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범행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에 대한 신속한 지급 정지가 꼽힌다. 대포통장 하나의 가격은 통상 200만원 수준으로, 통장 사용을 자체를 막는 것은 사기 조직에게 가장 직접적인 손실을 주는 동시에 가장 유용한 도구를 잃게 만드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는 계좌 지급 정지 의무화 대상에 들지 못해 관련 범죄 예방 및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은행은 보이스피싱 혹은 대출 사기 등의 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가 가능하다.

반면 개인 간 중고거래는 ‘전기통신사기’에 해당하지 않기에, 은행이 해당 계좌에 대한 정지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때문에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범죄계좌를 확인한 뒤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 공문을 발송해도 대다수의 은행들은 이를 거절하는 형편이다.

이와 같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막는 제도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거래 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안전결제 앱을 빙자한 사기도 유행이니 경찰청 ‘사이버캅’ 앱을 통해 판매자 전화·계좌번호가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실제 물품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 맞게 사진 촬영·전송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고거래에 취약한 현행법을 보충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중앙대 교수는 “관련법을 제정해 피해에 대한 처벌규정을 명확히 하고 사건을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만 피해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며 “벌금 액수를 약식기소에 의한 검사의 권한에 맞기지 않고,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 자신이 벌이는 사기행위의 반대급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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