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야, 자국 바이오산업 보호 위해 초법적 법안 ‘생물보안법’ 발의
中, 현지 소부장 공급가 안정 위해 요소수 등 일부 품목 수출 제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치권에선 현행 노동규제에 더해 최근 새로운 반기업법까지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2대 국회 다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이 지난 국회서 폐기 수순을 밟은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국내 주요 6개 경제단체들은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개악안”이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각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과도한 상속세법, 52시간 근무제 등을 산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악법’이라 주장하며, 국회가 해당 법안을 완화해주지 못 할 망정 오히려 추가적인 반기업법으로 기업 성장을 저하시킨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자국 산업 보호 및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선 점과 사뭇 대비된다. 심지어 미국 정치인들은 여야가 합심해 기존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초법적 조치까지 마련하고 있다.
미국 현지서 중국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 정치권은 적대국가의 현지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올해 내 통과시킬 계획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상·하원 소속의 여야 의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법안에 동의했단 점이다. 올해 1월 미국 하원에 제출된 생물보안법안은 하원 상임위인 감독·책임위원회에서 찬성 40표, 반대 1표를 받았고, 지난 3월 6일 상원 상임위에서도 찬성 11표, 반대 1표를 받았다.
시장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보기드문 초법적 법안이지만, 중국 기업의 시장 잠식을 더 큰 우려로 본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6일 상원 상임위(국토안보위원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통과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중국이 의약품 공급망을 무기화할 것을 우려해 “미국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자국 내 생산이 우선” 이니셔티브를 실시했다.
중국은 소부장 공급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일부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강수까지 뒀다. 지난달 중국의 화학비료 업계 분석 전문가에 따르면, 요소 수출이 임시로 잠정 중단됐다. 중국내 시장 공급 압박이 더해진 데다 공급 보장·가격 안정 정책이 있어 요소 수출은 단기간 안에 풀릴 조짐이 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2021년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초에도 요소 수출을 돌연 중단해 국내 관련 업계가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유럽도 중국을 배제하고 현지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20일 유럽판 ‘미국 바이오 행정명령’인 EU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여기엔 미국, 인도, 일본, 한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연구, 기술이전, 규제, 시장접근 등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거 과도한 반기업법으로 산업 후퇴를 겪었던 프랑스와 영국은 몇 년전부터 노동규제를 개선, 기업의 고용 역량을 끌어올려 실업률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서 한국의 경쟁국인 인도와 일본 소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새 정책 기조를 기회로 삼고,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다. 반면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반기업법을 남발하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축소시키는데 앞장서는 형국이다.
S바이오사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선전하던 중국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일본과 인도 기업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중국 빈자리 선점’에 들어갔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적어도 정치권이 국내 기업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