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규탄대회 개최하며 반발…본회의 '재의' 강조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한 국민의힘은 진상 규명의 첫발을 뗐다며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범인인 것을 자백한 것이라며 반드시 재의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야권은 9일 오후 3시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순직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긴급 규탄대회'을 열고 이날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성토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야당 대표와 의원들이 자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국민의 명령이자 유족의 비원이 담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지금까지 뭐라고 했나. '죄를 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꾸로 되묻겠다"며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해병대원 특검법을 두 번이나 거부한 것인가. 특검법 거부는 대통령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사실상 인정했으니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민주당은 어떠한 폭거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모든 야당과 힘을 모아 해병대원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용 대표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대체 임성근이 누구길래, 대통령과 어떤 인연이 있길래,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어가면서까지 사단장 지키기에 몰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제 다시 국회의 시간이다. 대통령이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진실은 드러나고 있다"며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해내고, 국정조사를 추진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순직 해병 특검법 거부는 민심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은 그 민심을 받들어 윤 대통령이 거부한 특검법을 재의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당은 이날 오전 채 상병 특검법이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예고한 만큼 추후 관련 입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전날 경찰이 채 상병 순직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진상 규명의 첫발을 뗐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공신력 있는 수사기관에서 내놓은 수사 결과로써 이제 진상 규명의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 사망 사건 핵심 관계자인 7여단장, 포11·7대대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는 한편 그간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제 공수처의 시간이다. 차분히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겠다"며 "공수처는 소위 외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 조속히 그 수사 결과를 발표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