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 프랑스, 총리 쟁탈전 본격화···좌파 연합 vs 범여권 각축
상태바
총선 끝 프랑스, 총리 쟁탈전 본격화···좌파 연합 vs 범여권 각축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7.10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반 없는 총선 결과에···신임 총리 인선 놓고 '신경전'
극좌 총리 가능성에 좌파 내 이견···與, 중도 규합 움직임
범여권이 총선에서 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사진=연합뉴스
범여권이 총선에서 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프랑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당에 오른 좌파연합과 2당을 차지한 범여권 간 '총리 쟁탈전'이 본격화되는 형국이다. 좌파연합은 이번 주 자체 총리 후보를 낼 방침을 세우며 정부를 향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 운영에서 극좌와의 동거를 거부하는 범여권은 중도에 가까운 세력들을 규합해 '의회 주도권 사수'를 시도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신민중전선(NFP) 지도자들은 총선 이후 수시로 회의를 열어 총리 후보 명단과 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FP는 이번 주 내에 자체 후보를 발표해 마크롱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의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실제론 의회의 신임을 받지 못한 총리는 즉각 의회의 '불신임'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의회 의원 과반수가 반대하는 총리를 임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렇게 임명된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신임 총리 선출을 두고 신경전이 거셀 수밖에 없다.

통상 어느 당이라도 의회 과반을 차지했다면 신임 총리 임명이 비교적 수월했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지난 8일 마무리된 총선에서 NFP는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했고,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168석을 얻었다. 극우 국민연합(RN)은 143석으로 뒤를 이었다. 어느 한 쪽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NFP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성명에서 "NFP가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처를 하라"며 "우리는 내일부터라도 국가를 통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NFP에 참여한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정부 구성에 가장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LFI는 총리 후보로 자당 장뤼크 멜랑숑 대표를 내세우고 있는데, NFP의 다른 정당들은 그의 급진 성향이 사회 통합에 방해될 우려가 있다며 다른 총리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진영에서 총리 후보를 놓고 이견이 벌어지는 사이, 범여권도 자체 다수파 구성을 위해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범여권은 의회 내 극좌 정당 LFI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이 상당한 만큼, 중도·온건 세력을 규합하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의 야엘 브룬-피베 전 하원의장은 "NFP는 국회의 32%에 불과해 과반과는 거리가 멀다"며 "공화당에서 사회민주주의 좌파에 이르기까지 중앙 블록을 중심으로 동맹을 형성하자"고 제안했다.

중도 진영이 정부 구성권을 쥐기 위해선 우파 공화당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리비에 말렉스 전 공화당 대표는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우파, 중도, 및 공화당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을 포함해 다수를 구성할 수 있는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화당 출신 총리를 임명하라"고 외쳤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직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해 총선 결과에 따라 사의를 표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 당분간 자리를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NFP는 "(아탈 총리의 유임은) 일요일의 (총선) 결과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