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점입가경이다. 각종 의혹과 폭로가 난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당대회인지 그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흐름 속에서 '김건희 문자'가 난데없이 튀어나오더니 그 문자 속 '댓글팀'의 진위를 놓고 날 선 공방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비방과 폭로의 내용들도 전당대회와 상관없이 수사로 규명돼야 하는 수준인 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용산에서 원희룡 후보를 '낙점'했다는 소문 아닌 소문이 있는 상황에서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따로 꾸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일국의 현직 장관이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큰 사안이다. '한동훈 떨어뜨리기' 차원에서 이뤄진 의혹 제기라지만 정권의 핵심부와 가까운 사람의 발언이기에 쉽게 넘기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한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당 차원의 리스크로 확대된다.
김건희 문자 속 '댓글팀'도 마찬가지다. 김건희 여사인지 한 후보인지 댓글팀의 주체는 불확실하지만, '댓글팀'의 존재가 확인된 건 확실하다. 이 역시 여론조작, 여론공작에 해당되는 명백한 불법 사항이므로 수사로 규명될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전당대회를 도대체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 여당의 대표를 뽑는 거라면, 더욱이 야당에 192석이나 내준 기록적 총선 참패 후라면 당의 수습책과 거대 야당과의 관계 설정 방향, 구체적인 당 혁신 방안 등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사안은 후보 간 비방 수준에서 멈추고 배신자, 거짓말 프레임 씌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렇게 한 후보를 때렸는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을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한 후보가 당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의힘은 어디로 가게 될지 알기 어려워진다. 대통령과 척을 진 여당 대표가 갈 길은 혼란뿐이다. 각종 폭로와 비방의 결과로 덩달아 국회도 국민도 혼란스러워진다. 그때부터가 국민의힘의 운명과 윤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