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 반발·한전 누적적자 등에 송전선로 준공 지연돼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수도권 전력 수급난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다. 622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부족한 전력 인프라로 인해 최첨단 공장과 설비가 가동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은 이미 전력 공급 능력이 포화 상태인데다 고압송전선로 구축은 지역사회 반대 등에 부딪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에 삼성전자(500조원)와 SK하이닉스(122조원)가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자해 16개 신규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정부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 공급과 연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은 482조원이 투입되는 용인이다. 삼성전자는 360조원을 투자해 생산용 팹 6기를 구축, 팹 1기부터 2030년에 가동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22조원을 들여 생산용 팹 4기를 건설하고 2027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송배전망 부족 등으로 제 때 공급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GW는 서울 전체 전력 사용량과 유사한 수준으로 원자력 발전소 10기 동시 가동으로 얻을 수 있는 발전력이다.
이에 정부는 1단계로 LNG발전소 건설을 통해 3GW 전력을 공급하고 2단계로 추가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비용을 분담,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5㎿ 이상 전기를 대량 사용해 전력계통에 무리가 갈 경우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하지만 LNG발전은 3년 이내 건설이 가능해 단기적으로 전력수급에 유용하나,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두고 비영리 기후·환경 연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탄소장벽시대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화석연료 기반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도약이라는 본래 취지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규 송배전망을 건설해 서해·호남지역 등의 잉여 발전력을 송전하는 방법은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목표 시점 준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19년 2월이 준공이었던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2026년 상반기로 지연됐다. 동해안 지역 대규모 발전소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또한 태안화력 등 서해안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기 남부지역으로 이송하기 위한 '345㎸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2012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지연을 거듭하다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국내 최대 바이오 협력단지인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345kV 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는 당초 2023년을 목표로 했으나 2028년 12월로 늦춰졌다.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서 생성된 전기를 수송할 '345kV 신장성 변전소’도 2027년 6월로 준공 시점이 미뤄졌다.
대규모 적자를 안고 있는 한전의 재무구조상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한 추가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우려를 산다. 실제 한전은 재정 건전화 차원에서 2022~2026년 송·변·배전 투자예산을 2조700억원 가량 축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인협회는 "첨단산업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안정적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나 발전량 급증에 반해 송배전망 건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전력망 건설은 한국전력이 주도하고 있는데 누적적자 등으로 인허가, 주민 협의 및 보상, 건설재원 조달 등을 적기에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