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유럽서 원전 수출 확대 청신호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기업들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터뜨린 '원전 잭팟'으로 이를 교두보 삼아 K-원전의 유럽 원전 수출길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정부 회의에서 한수원을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3·4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번 발표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가 결정됐고, 테멜린 원전 수주 여부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원으로 계약 금액은 한수원과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을 진행해왔다. 한국형 원전 수출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시공이나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원전 노형(모델)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전체를 수출하기는 UAE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이번 수주 성공은 원전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를 제쳤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국은 이번 입찰에서 원전 건설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서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처음 도입했던 한국이 40여년 만에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K-원전은 체코 원전을 기점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회의 땅'인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탄소 중립 및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유럽 내 신규 원전을 계획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체코에 이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이 원전 예정지를 확정했고,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도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17년 약 138조원 규모였던 원자력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27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상의는 "이번 수주를 통해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이 가속화되어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협력 중소기업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유럽 등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많은 국가에서의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번 원전 건설사업 수주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제조업 강국 체코에서 거둔 쾌거"라며 "가격 경쟁력과 적기 시공 역량을 갖춘 우리 기업과 이를 지원한 정부가 하나가 되어 이뤄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 9분 능선은 넘었지만 건설 비용 및 인력,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세부적인 협상이 남은 만큼 산업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K-원전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성과가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2050 원전산업 로드맵'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원전 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 역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