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상표도 상장폐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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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상표도 상장폐지가 된다
  • 손인호 변리사
  • 승인 2024.07.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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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호 변리사('스타트업 특허 바이블' 저자)
손인호 변리사
6월 초 유럽 언론으로부터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에서 맥도날드의 빅맥 상표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유럽에서 사업을 철수한다는 소식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유럽 내 빅맥이 단종되는 것도 아닌데 왜 유럽에서 빅맥 상표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일까? 상표권을 잃었다는 것은 그 국가에서 브랜드 독점권을 잃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독점할 수 없다면 경쟁사인 버거킹에서 빅맥을 출시해도 손쓸 방법이 없어진다. 호시탐탐 맥도날드를 노리던 버거킹은 이번 판결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상표의 생명은 영원하다. 브랜드가 살아 있다면 상표는 진시황이 그렇게 바라던 불로초를 먹은 것처럼 무한한 생명을 가질 수 있다. 브랜드는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질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표의 생명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전제는 소비자가 그 제품의 브랜드를 잊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브랜드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브랜드의 생명의 불씨는 꺼져가기 마련이다. 오히려 누군가 먼저 상표를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를 독점하도록 놔두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 자격을 상실하면 상장폐지가 되는 것처럼 각국 지식 재산 제도는 '상표를 상장폐지'하는 것과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권리자가 등록된 상표를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다면 상표의 등록을 취소시키는 제도이다.
상표를 살리고 싶다면 그 상표를 계속 사용하면 된다. 전국에서 매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백화점 한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상표를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국내에 아직 출시하지 않은 '인앤아웃 버거'가 3년에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도 한국에 등록된 상표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빅맥' 상표에 대해서도 슈퍼맥(Supermac)이라는 회사가 5년 이상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 맥도날드가 쇠고기 패티에 대해서는 빅맥을 판매하고 있지만, 치킨 패티를 빅맥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법정에서 다퉈졌다. 슈퍼맥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와 충돌되는 지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지역을 벗어나 유럽 본토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역 다툼이 발생했다. 자신이 수십 년간 사용했던 상표를 유럽에서 상표를 등록하고자 했는데, 맥도날드가 이미 등록해둔 '빅맥' 상표로 인해 거절이 됐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주력 메뉴인 쇠고기 패티 이외에도 치킨 패티에 대해서도 빅맥 상표를 등록받아 뒀고, 이는 효과적인 브랜드 관리 방법의 일환이다. 다만 상표 관리 측면에서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맥도날드는 치킨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홍보한 자료를 제시했지만,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법원은 맥도날드가 EU에서 치킨버거와 관련된 가금류 제품, 치킨 샌드위치에 대한 빅맥 상표의 '진정한 사용'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다윗에게 유럽 사업에 대한 희망의 교두보를 열어줬고 골리앗에게는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되새겨주는 빅맥 대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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