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점입가경…‘지배구조모범관행’으로 금융권 인사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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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점입가경…‘지배구조모범관행’으로 금융권 인사 쥐락펴락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7.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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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시기 너무 늦다"
"승계 개입하는 가이드라인은 자율경영 침해" 지적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이사회와 정례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이사회와 정례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가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관치'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연말부터 시작되는 은행장들의 대규모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은행 이사회 일원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CEO를 선임하는 과정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 정기 검사부터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보낸 메시지가 '은행'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은행장 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종료도 동시에 예정된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승계 또한 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이사회 개입이 ‘관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 정부는 은행권을 ‘공공재’로 간주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은행 갑질’, ‘은행 종노릇’ 등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퇴 압박을 가해 5대 금융지주의 회장을 모두 교체시킨 전력도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은행 금융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절차에 대한 모범관행을 제시했다. 폐쇄적 경영문화를 타파하고 공정성을 키우겠다며 모범관행으로 제시한 원칙만 30개에 이른다. 지나치게 세밀한 규정에 관치논란이 불거진건 당연했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달라"며 "특히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CEO 선임이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한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 제고를 비롯해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체계, 이사회의 독립성 및 사외이사 조직체계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모범관행 내 CEO 선임 및 승계 절차 관련 내용에는 이 원장의 지적에 따른 개선점이 담겨 있다. 금융당국은 모범관행을 통해 CEO 경영승계 절차는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할 것을 제시하고, 각 절차 단계별로도 검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8개 금융지주의 최근 승계 절차를 살펴보면 평균 45일에 그치는 등 짧은 시간이라 후보군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CEO 적정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연 1회 이상 관리 실태를 점검하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외부 후보군을 포함할 시 자격 요건, 추천 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연임을 하거나 측근에게 자리를 승계하는 등 관행을 막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CEO 승계 절차에서 필수적으로 문서화해야 하는 사항도 있다. 내부 및 외부 후보자의 세부적인 자격 요건 ▲후보군 관리 및 평가 기준·방법 ▲역량개발 프로그램 ▲경영승계 절차 개시 시점 및 후보군 압축 단계별 시기, 평가·검증 방식, 결정 방법 등 CEO 선임 절차에 관한 사항 ▲승계 계획 관련 각 부서별 역할 및 책임 분담과 정보교환 절차 등이다.

다만 경영에 깊이 관여할 수도 있는 이번 모범관행에 설왕설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터라 금융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앞선 신한·우리·KB금융 회장 인선 절차에 대해 금감원장의 개입성 발언이 있었던 만큼 압박성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원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해왔다. 지난해 11월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책임으로 '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언급되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연임에 대한 압박성 발언은 빈번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자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모범관행에 대해 '관치'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CEO 승계 절차를 비롯해 이사회 구성에 대한 모범관행은 경영에 깊게 개입하는 모양새일 뿐 아니라 경영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CEO 승계 절차에서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성 지적과 다양한 기회 부여 등과 관련해서는 경영 침해 우려가 나온다. 개인의 역량과 노력 여부에 따라 CEO가 될 수 있는 대표적 업권이 금융사였지만 이번 모범관행은 외부인사 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오히려 내부 출신 실력자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금융사에서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충성심 높은 인물이 CEO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공정한 절차인데 차기 CEO를 내정한다는 등 부정적인 금융당국의 시선이 오히려 내부 출신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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