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피해금·피해자 머지보다 많아…“파장 더 클 것”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머지포인트 공포가 되풀이되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거래액 규모가 머지포인트 때보다 크고, 소비자와 더불어 판매자도 피해를 입은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코리아가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전에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사무실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큐텐이 양사의 위험한 재정 상황을 알고도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이다. 반면 현금(보통예금)은 60여억원에 불과하며,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도 1309억원뿐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해야 할 지난해 감사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위메프도 같은 상황이다. 지난해 위메프 유동부채는 3098억원, 유동자산은 617억원이다. 유동부채는 판매자(셀러)에게 정산해야 할 대금과 환불 요청에 따라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포함된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2021년 발생했던 머지포인트 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한다. 자체 현금 없이 고객의 선결제 대금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다 자금 경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머지플러스는 2020년부터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음식점·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의 일종인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사용처도 공격적으로 늘리며 100만명의 사용자를 모았으나, 2021년 8월 법률상의 문제를 이유로 사용처를 축소해 환불이 쇄도했다. 이후 머지플러스가 설립 초기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던 사실이 밝혀졌으며, 피해액은 1000억원이 넘었다.
사태 초기 머지플러스는 미사용 포인트의 90%를 환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항의를 위해 본사를 찾은 일부 피해자에게만 소액의 환불을 진행했다. 이내 수많은 피해자가 본사로 몰려들었으나, 약속했던 순차적 환불은 자금 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으로 머지플러스의 권남희 대표는 징역 4년,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는 징역 8년과 추징금 53억원, 머지플러스 법인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인은 피해자 143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패소해 2억2500여만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사실상 지급할 능력이 없어 배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머지포인트 사태와 마찬가지로 티몬·위메프 역시 높은 상품권 할인, 선불충전금(티몬캐시), 선결제 후 상품권을 발송하는 선주문 형태의 판매 방식 등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공격적인 행보에 지난해 티몬 거래액은 전년 대비 66%, 위메프는 50% 상승했으나 자본잠식이 심화되며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양사는 순차적인 환불과 정산을 약속했으나, 현재 피해자 일부만이 미지급금을 받았다.
환불을 위해 티몬 본사를 찾은 피해자는 “머지포인트 때와 똑같다. 자금이 부족한 티몬이 일부에게만 환불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대로 돌아가면 다시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본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티몬·위메프 사태의 파장이 머지포인트 때보다 클 것이라 보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피해자 대부분이 소비자였으나, 티몬·위메프는 판매자인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사태가 소상공인 연쇄도산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티몬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한 소상공인은 “이번달 월급을 마지막으로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면서 “민사소송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자금이 바닥난 티몬이 배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금액을 1700억원 규모로 추정하나, 업계는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1조원가량의 피해금액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밝힌 금액은 지급되지 않은 5월분 금액만을 추산한 것으로, 양사가 판매자에게 정산해야 할 6월과 7월 대금을 합산하면 피해액은 1조원이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