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4개 법안 통과할 듯…대통령실은 거부권 시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방송4법' 처리를 놓고 충돌을 지속하고 있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야당의 토론 종결 후 법안 의결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4개 법안이 오는 30일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하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이어 재표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는 28일 새벽 1시 2분께 본회의에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방송4법)' 중 두 번째 법안인 방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89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표결은 야당 주도로 진행됐다.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를 기존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 교섭단체(5명),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직능단체(6명)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했다. 또 국민추천위원회를 설립해 공사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사장 임기를 보장한다.
현재 여당은 방송4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이날 세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 3차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가장 먼저 상정된 방통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7분 만인 지난 26일 오후 6시께 야당 의원들의 종결 동의 표결로 종료됐다. 방통위법 통과 직후 상정된 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30시간 46분 동안 진행했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24시간 이후 '강제 종결권'을 통해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에 야당은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문진법을 29일 오전 8시쯤 종결시키고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24시간이 지난 뒤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방송4법은 30일 오전에 모두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에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을 세우면서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앞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폐기 수순을 밟았다.
실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당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거부권을 행사, 법안이 폐기된 만큼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대통령실도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한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6일 "시급한 민생 현안과 경제 정책이 많은데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미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본회의에 올라온 것이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과 이런 우려를 고려해 향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