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이어 축구인 변곡점 담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겸 HDC그룹 회장이 축구인으로 살아온 30년 여정을 돌아보는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출간했다.
30일 HDC그룹과 정몽규 회장 측에 따르면 그는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 오르기 오래 전부터 한국 축구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정몽규라는 인물이 '기업인'에 이어 '축구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올해로 30년째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부터 2024년 7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12년째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한국 축구의 수장이 된지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는 1994년 1월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현 울산 HD)의 구단주로 부임하며 한국 축구계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3년 가까이 구단 경영에 참여했다. 정 회장은 이번 에세이에서 울산 현대 구단주를 맡게 된 것이 '내 일생 축구 이력서의 공식적인 첫 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특별한 감정과 애정을 드러냈다.
1997년 1월 전북 현대 다이노스 축구단(현 전북 현대)의 구단주가 되면서 축구인으로서 진일보한 커리어를 쌓았다. 한 기업에서 두 개의 구단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는 피파 규정에 따라, 현대그룹 차원에서 정리가 있었고, 1997년부터 울산은 현대중공업이 전북은 현대자동차가 운영을 맡게 되며 구단주의 이동이 있었다.
당시 완산 푸마, 전북 버팔로 등의 기존 호남 연고 구단이 프로축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잇달아 해체 위기에 놓여 있었고, 정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던 현대자동차 차원에서 힘을 싣기로 결심하고 협력사 현양과 함께 팀을 인수했다. 이후 전북 다이노스라는 새 이름으로 구단을 창단해 호남 축구의 역사를 이었다.
정 회장 측은 "이는 한국프로축구 발전과 호남 지역의 축구 발전은 물론, 2002 월드컵 유치 경쟁에도 힘을 보태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고, 그의 결정으로 인해 전북에서 프로축구가 자리를 잡고 발전의 토대를 이룰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축구단의 구단주를 맡게 됐다. 1999년 7월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모기업 대우그룹의 영향으로 프로축구 최고 명문이자 인기구단이던 대우 로얄즈 역시 해체 위기에 몰린 때이기도 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 독립해 새롭게 출발한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홍보가 필요했기에, 그는 좌초하던 대우 로얄즈를 인수하는 선택에 나섰다.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 연고 축구단의 생명을 잇는 동시에, 새롭게 출발하는 자신의 기업에도 마케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0년 2월, 대우 로얄즈는 부산 아이콘스라는 새로운 구단으로 부활했고, 5년 후에는 모기업의 아파트 브랜드명과 동일한 부산 아이파크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정 회장 측은 그가 앞서 3개의 K리그 팀에서 구단주를 지낸 축구 경영인이고, 이후 프로축구연맹 9대 총재로 추대 되면서 △K리그 승강제 도입 및 정착 △승부조작 사태 수습 △저연령 선수 출전 확대 및 의무 출전 도입 △스폰서십 확장 및 중계권료 상향 등 많은 업적을 남기며 한국축구가 성장, 발전하는 데 힘썼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에세이 '축구의 시대'는 그가 지난 30년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했던, 도전하고 시도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겼다"면서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고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의미를 찾아 매듭짓는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쓸 이들에게 좋은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