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변화 없인 협의체 구성 계속 요원할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민생 위기 속 '여야정 민생협의체(협의체)'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며 협의체 구성이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의제 등에 대한 여야의 전향적 합의가 없다면 윤석열 정부 마지막까지도 협의체 구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추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불이 붙었던 협의체 구성 논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의 제안에 민주당이 반응하면서 지난 8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만남이 성사됐지만, 협의체 관련 진전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협의체 구성 논의는 22대 국회 개원 두 달이 넘도록 정쟁이 반복되는 국회 상황을 돌파해 보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국회에서 국민께 보여드린 모습은 여야 간에 극한 대립 갈등 양상뿐이었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정부와 여당, 야당이 모두 참여하는 정책 논의 기구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협의체 구성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여당은 '조건 없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반면, 야당이 '영수회담 선행' 조건을 내걸며 합의가 쉽지 않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 영수회담, 후 협의체 구성'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수용 불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의체 구성 동력이 꺾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의체 구성은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제안된 바 있다. 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기 전에는 민주당에서 주로 제안됐다.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꾸준히 경제, 저출생, 의료대란 등 민생 문제를 다룰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정부·여당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영수회담 문제가 (협의체 구성) 무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꼭 이게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25만원 지원법' 등 쟁점 사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고 했다면 구성은 아무래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여야가 너무 서로에만 유리한 판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전향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지난 8일 여야 원내수석 회동에서 "차근차근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에서 (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도 "협의체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실효성과 효과를 거두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