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온건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2015년 핵합의(JCPOA)를 성사시킨 외교라인 주역들을 복귀시킴으로써 서방의 핵 제재 완화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압바스 아락치 전 외무차관을 새 외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아락치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집권한 하산 로하니 정부에서 국제문제·법률 담당 차관직을 수행했다. 2013년 핵합의 실무 협상을 맡았고, 핵합의가 타결된 2015년부터 핵합의 이행 점검위원회 이란 측 대표를 맡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앞서 2일 핵합의를 현장에서 총괄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당시 외무장관을 전략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핵합의 당시 이란측 수석과 부수석 대표를 승진 복귀시킨 셈이다. 이에 따라 이란이 근시일 내 제재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은 2015년 핵협상을 체결했지만,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란 내각 구성에서 국방·안보 분야 등의 인사권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주어진다. 이를 고려하면 자리프와 아락치 인선은 하메네이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서방과의 협상 정책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페제시키안이 하메네이의 측근인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누르고 '깜짝' 당선된 것에 대한 민심을 수렴하는 차원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에서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세계 주요 강대국과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서방과 관계 개선 및 JCPOA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압박과 제재는 효과가 없다"며 "(서방은) 강력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품격있는 이란의 참여를 통해 중동과 국제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러한 서방 유화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한 직후 이스라엘에 살해된 것에 대해 중동 전쟁 확전을 막기 위한 보복 공격 자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현지 언론 이란 인터내셔널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스라엘 보복 공격 감행 시 이란의 경제가 파괴되고 국가 붕괴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격 자제를 간청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앞서 하니예 살해 사건 발생 직후 "그(하니예)의 피 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강력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