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은 다시 한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재의요구안은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상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해당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즉각 재발의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2일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엿새 만이다. 법안 기준으로는 취임 이후 19번째 거부권 행사다. 이로써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건수(16건)를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대통령실은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려드린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방송법과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대 국회에서 통과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했으나,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 관계로 재가가 미뤄졌다. 휴가 중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수 있지만, 거부권 행사 시한이 14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5만원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윤 대통령이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방송4법과 함께 노란봉투법, 25만원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이른바 '원샷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각 법안 성격이 다른 점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여야 간 쟁점 법안들에 대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 행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영 방송을 장악해 윤 정부의 실정을 감추겠다는 속셈을 국민께서는 결단코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거부권 남발로 정치를 파탄 내고, 공영방송을 유린하는 것을 기필코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예고대로 즉각 재발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사례에 비춰 볼 때 국회로 넘어온 법안들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부결 수순을 밟아왔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192석)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여당 내 이탈표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야당은 법안 재발의를 통한 '맞불' 전략으로 윤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염재인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