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한화 등 원포인트 인사로 반전 꾀해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실적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빠른 인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수장을 교체하며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실적이 부진한 화학 계열사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경영쇄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그룹은 2020년부터 사업 구조 재편이 이뤄져 왔는데, 화학 계열사들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새 대표이사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078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 재무구조 개선이 '발등의 불'이 됐다. 특히 케미칼 부문은 174억 적자를 내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여천NCC도 2021년 4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한화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로 거론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실적 부진은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이에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과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여천NCC 등 3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난 1일자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케미칼 부문에는 남정운 여천NCC 대표이사가, 큐셀 부문 신임 대표이사는 홍정권 큐셀 부문 전략실장이, 여천 NCC 대표이사에는 김명헌 한화임팩트 PTA 사업부장을 선임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 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각 사별로 신임 대표이사의 책임 하에 최적의 조직을 구성하고 선제적으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해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SK는 고강도 쇄신 작업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그룹 계열사 수장들을 잇따라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임한 자리에 SK그룹 내 재무통인 김형근 E&S 재무부문장을 선임,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또 SK스퀘어는 박성하 대표가 11번가 매각 실패로 중도 하차하고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반도체 중심 투자 회사의 정체성 강화에 나섰다. 만성 적자인 SK온의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도 10개월만에 보직해임됐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도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가 단행됐다. 삼성전자는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반도체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해 조직 내 반도체 위기감을 반증했다.
재계 전반에 비상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임원 인사를 예년보다 이르게 단행해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며 주요 그룹에서 인사 단행이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