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산업계, 긴급회의·투자 재검토·원포인트 인사
초대형 합병, 사업구조 개편으로 체질 개선도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복합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 원점 재검토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 원포인트 인사 등 고강도 경영 쇄신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HD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대형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은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비상경영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로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수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경우 주6일 근무로 비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도 고강도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원포인트 인사로 SK스퀘어와 SK에코플랜트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SK그룹 임원들의 토요회의도 부활했다. SK그룹은 사업재편(리밸런싱)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E&S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의 초대형 합병이다.
LG그룹에서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비상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초 “비 제조 영역 및 글로벌 전 사업장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정리하기 위해 120개의 구조 개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구조 개편 대상의 97% 이상을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제시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에너지 계열사 실적부진으로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큐셀 부문과 여천NCC의 대표를 교체했다. HD현대는 최근 권오갑 회장 주재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된 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최고경영진을 모아 비상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HD현대는 정유·건설기계 계열사 중심으로 기존의 투자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