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업계, 플랫폼 개발하며 시장 선점 경쟁…교육현장은 도입 가능성 의문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에듀테크 기업들의 시장 선점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는 미흡한 준비와 찬반 논란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교육부가 내년을 목표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지난 5월 국회 전자청원시스템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를 요구하는 청원이 접수돼,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며 교육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논란이 뜨겁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학부모 인식 조사에 따르면,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찬성한 응답자는 30.7%, 반대는 31.1%다. 앞서 언급한 국민동의청원과 관련해서는 59.6%가 공감하고 있으며, 82.1%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6.3%가 AI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학생들의 기기 과몰입·과의존 문제를 우려했다. 디지털기기 유지·보수·관리에 어려움을 표한 응답자도 74.3%에 달했다.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AI디지털교과서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대상 학년과 교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주된 이유는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혁신, AI 혁명 대응이다. 특히, AI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경제적 상황, 지역에 따른 교육 수준 격차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5월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 조성에 963억원을 투입, 교원의 AI디지털교과서 수업을 보조하고 기기 관리를 전담하는 디지털튜터 1200명을 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원의 디지털 교육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소식에 에듀테크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AI 교육 솔루션 기업 엘리스그룹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AI디지털교과서 서비스 모델 및 프로토타입 개발 연구’에 착수했고, 각 시도별 교육청과 교육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 중이다.
출판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천재교과서는 클라우드 기반 AI·SW 스타트업 그름과 손잡고 AI디지털교과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비상교육도 학습 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와 AI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한편 에듀테크 업계와는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미비하다는 이유다.
청주의 한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청이 먼저 지급했던 디지털기기의 품질이 떨어져 현재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응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당장 내년에 도입될 계획이라지만 아직 제대로 된 기술과 인프라, 교원 교육도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