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에 기댄 호실적...10년만에 최고치 찍은 연체율 '뇌관'
카드론 잔액 41조↑...은행 대출규제에 중·저신용자들 몰려
카드론 잔액 41조↑...은행 대출규제에 중·저신용자들 몰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카드사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확대를 앞세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씁쓸한 호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에 기댄 실적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10여 차례에 걸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사업의 수익성이 지속 악화된 가운데 대출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실적은 나아졌지만 카드사 건전성 악화와 가계부채 확대 등 리스크가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은행권 대출이 막힌 사람들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하면서 올해 말 연체율이 상반기보다 더욱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5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4469억원)과 비교하면 5.2% 증가했다. 비씨카드(236.0%·전년 동기 대비) 하나카드(60.8%) KB국민카드(32.6%) 삼성카드(24.8%) 신한카드(19.7%) 순으로 순이익 증가 폭이 컸다. 이처럼 수수료 급감에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오히려 상승했지만, 연체율은 매달 높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익이 증가했지만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1∼6월) 카드사의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으로 급전을 마련해 온 취약계층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연체율은 1.69%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하며 2014년 말(1.6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안 된 채권을 기준으로 연체율을 추산한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1년 이후 계속 상승해 왔다. 금융권에서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급증하면서 카드사의 연체율도 덩달아 뛰었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 온 자영업자,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카드론 잔액도 연일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6월 말보다 1.53%(6207억 원) 늘었다. 새마을금고, 농·수·신협,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연체 부담으로 인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면서 취약계층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불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건전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2002년 카드 사태 이후로 사실상 처음”이라며 “가맹점 수수료도 계속 낮아지고 있어 사실상 카드론,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익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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