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과대학 원로 교수 49명이 정부의 의료개혁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시국선언문을 5일 발표했다.
이날 교수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부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 명예교수 49명이 이름을 올렸다. 또 오후 2시 30분 기준 주요 병원 교수와 일반 국민 등 841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진행 중인 의료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를 '공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를 겨냥해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라"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의대 증원만으로는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에서 의사가 부족한 건 인구 감소와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 병원 선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응급진료를 위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건 단순한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니라 의료분쟁 책임 등 복잡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의료분쟁 제도를 개선하고 의료 보상을 현실화하는 것만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원로교수들은 "의대 증원은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며 "생명을 다루는 교육이 소홀히 여겨질 위험이 있고, 교육의 질 저하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증원 시도는 법적·제도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현재의 의료 위기는 단순한 의사 파업이 아니라, 정부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에 실망한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사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을 포기한 결과"라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