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팹리스 스타트업-파운드리 대기업 연결…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시스템반도체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팹리스 스타트업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은 112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중소·중견기업 수출은 24억8000만달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침체됐던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기를 되찾기 시작해 9개월 연속 수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 디지털 대전환(DX), 정보통신기기 시장 회복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한국 반도체 시장 전망을 어둡게 평가한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메모리반도체 시대가 저물고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급부상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620조원으로, 메모리반도체 179조원의 3배를 넘어섰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시스템반도체는 연산과 제어 기능을 담당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AI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에 포함되며, AI반도체는 AI에 특화된 기능을 담당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3%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관련 수출 1310억9000만달러 중 시스템반도체는 433억2600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513억8100만달러였으며, 재료 및 부분품은 247억4200만달러였다.
시스템반도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1%로 더 낮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연구·개발하는 산업을 말한다.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제품을 제조한다. 반면,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담당하는 산업이다.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는 대신 팹리스 업체와 연계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대표적인 파운드리 회사로는 삼성전자과 대만의 TSMC 등이 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팹리스 스타트업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유연하며, 다양한 기술을 혁신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엔비디아(NVIDIA)는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정부는 팹리스 스타트업과 파운드리 대기업을 연결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6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팹리스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관련 스타트업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유망한 팹리스 스타트업 5개사를 선정하고 국내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과 연결해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을 지원한다.
채명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과 시장 변화에 국내 대기업 파운드리와 팹리스 스타트업 간 인프라 개방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을 위한 세제혜택과 더불어, 영세한 팹리스 스타트업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으로 반도체 설계를 이뤄내고,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 파운드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모두 활용한다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선순환이 구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