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물가상승률 2%…물가 안정 체감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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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비자물가상승률 2%…물가 안정 체감 왜 안되나
  • 이선민 기자
  • 승인 2024.09.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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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물가 안정됐지만 국민 체감 안돼…제수용품 가격 높아
고물가 장기화∙실질 국민총소득 감소∙외식업체 가격 인상 탓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채소 판매대 앞에서 농협 관계자로부터 배추 등 농작물 작황과 가격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채소 판매대 앞에서 농협 관계자로부터 배추 등 농작물 작황과 가격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정부가 물가 안정을 선언했지만, 서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해 괴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로 2021년 3월 기록한 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7%로 정부 연간 물가전망인 2.6%에 근접했다.

수치로만 보면 물가가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가와 농산물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많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또한 물가 상황 회의에서 “그간 높은 수준을 지속하였던 생활물가 상승률도 2%대 초반으로 큰 폭 하락했다”며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은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물가 안정세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일부 품목의 상승률이 높고, 장기화된 고물가로 누적된 체감물가가 커 실제로 물가가 안정됐다는 평가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다만 올 여름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신선과실은 전년 대비 9.6% 상승했다.

특히 배는 전년대비 120.3% 올랐고, 사과 또한 17%로 상승폭은 좁혔지만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김 29.8%, 배추 9.6% 등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 가격이 평균 상승률을 웃돌아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는 더 힘들다.

당국은 배는 추석 전후로 가격이 좀 더 안정될 것으로 보고, 시금치 등 채소류 일부 품목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올라 체감 물가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누적된 고물가로 생활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져 국민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인 물가 안정으로는 체감하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13.94% 증가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물가가 4.86% 오른 반면, 지난 3년 동안 물가가 14% 급등한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의류·신발, 식료품, 집세 등 의식주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55%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여타 상품에 비해 더 크게 상승해 생활물가가 유독 높아 체감 물가는 지표 물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필수품 물가가 높은 것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에 더 큰 부담이기도 하다.

실질 소득이 감소한 것도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1분기보다 1.4% 감소한 55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3분기(-1.1%)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수치다.

내수 불황으로 기업과 자영업 등의 업황이 부진하면서 가계 소득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는 더 소비를 줄이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와 국민 물가 부담을 가중한다.

정부는 기업에 물가 안정을 위한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유통가에서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줄 잇고 있다. 특히 식품∙외식업체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 체감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뚜기는 지난 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순후추 가격을 15% 인상하고, 토마토케챂은 6% 인상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3분카레, 3분 쇠고기카레·짜장 가격은 이달부터 10% 올렸다. 대상도 이달부터 편의점 김치 가격을 최대 10% 인상했다. 코카콜라음료도 이달 편의점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GRS는 지난 달 롯데리아의 버거류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크리스피크림 제품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인 빽보이피자는 일부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고, 빽다방은 일부 제품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스타벅스도 일부 음료 가격을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한 물가 안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명절을 전후로 오랜만에 소비가 일어나는 시점에서 제대로 할인 지원을 하고 공급량을 늘려야 소비자들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고 내수를 진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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