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사회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 잇따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갈등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가운데, 실제 일부 지역에선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헤맨 사례가 잇따랐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전날 전국 주요 응급실 대부분에선 환자들이 긴 대기 없이 원활하게 진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일부 지역 사회에선 일명 ‘응급실 뺑뺑이’라 불리는 환자 진료 거부 사례가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는 25주차 임신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75곳의 병원들이 진료를 거부해 6시간 가량 대기하다가 간신히 치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해당 임신부는 청주 한 여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산모와 태아 모두 무사하다고 알려졌다.
또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에선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사고 발생 2시간 만에야 전주 수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지역 대학병원들과 종합병원에서 접합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다른 수술을 하거나 휴무인 까닭에 전주 소재 병원이 환자를 치료할 수 밖에 없었다.
복지부는 “수지접합 수술은 전국적으로 총 5개 전문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며 “평상시에도 손가락 절단 사고는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시도를 넘는 이송이 잦다”고 해명했다.
연휴 동안 응급실이 크게 붐비지 않았던 이유는 정부의 요청대로 국민들 대부분은 가벼운 증세에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던 덕분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연휴에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원활한 치료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환자 등 발열·호흡기 환자는 발열 클리닉을, 경증 환자는 지역의 응급의료기관이나 당직 병의원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국민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벌어졌던 주요 원인은 결국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서 빚어진 의료공백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였던 2023년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6일간 전국 응급의료기관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표출한 진료제한 메시지는 총 1523건이다.
그중 제한 사유가 '인력 부족'인 경우는 전체 중 25.1%인 383건으로 확인됐다. 의정갈등이 없던 시절에도 ‘의사부족’이 응급실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이번 사태에 의료계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사 단체는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의 의료공백을 우려하면서 정부 대책을 비판했지만, 정작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바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여러분, 추석연휴 의료공백에 대한 걱정이 크시겠지만 의사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와 무관하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폭정을 멈추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로 돌아와 주길 촉구한다”는 경고 메시지만 전했다.
경기도 한 공립의료원 관계자는 “지역사회 소아과,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이 연휴 동안에 병원을 운영했으니 망정이지, 감염병까지 응급실이 맡았다면 분명 큰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의정갈등에 있어선 나도 사직 전공의들 편이지만, 적어도 추석만큼은 환자를 돌보러 돌아왔으면 했다. 국민을 적으로 돌린다면 의정갈등이 아닌 의민(醫民)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