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신고 증가, 직장 내 괴롭힘 법 개정 요구 목소리 높아져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전남 순천대학교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부 직원 간 고소전이 이어지며 조직 내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학교 운영의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논란의 시작은 순천대 A팀장이 두 명의 동료를 각각 무고죄와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A팀장은 B직원이 2023년 12월 회의 중 자신에게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며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B직원이 이에 응하지 않자 A팀장은 모욕죄로 형사 고소를 준비했으나, B직원은 이를 반박하며 국민신문고에 A팀장을 갑질 가해자로 신고했다. C직원 역시 A팀장에게 무고죄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A팀장은 B직원이 자신에게 거짓 혐의를 씌웠다고 주장하며, B직원의 신고 내용에는 문서 검색과 공람 요구, 회계서류 출력 등 일상적 업무 지시가 갑질로 왜곡됐다고 반발했다. 또한, C직원이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노무사가 조사에 나섰고, A팀장이 출산휴가 중인 C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 연락을 한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직원의 자발적 업무수행 의지와 당시 인수인계서 미작성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른 직원들이 C직원의 업무를 대체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대학은 A팀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A팀장은 현재의 갈등이 단순한 고소 사건에 국한되지 않으며, 순천대 내 다른 직원들과의 장기적 갈등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A팀장은 2023년 1월부터 순천대 직원들에 의해 선출된 공무원노조 지부장과 직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후 직원 연합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D직원과의 갈등이 격화됐다고 밝혔다. D직원이 A팀장에게 연합회장 자리를 넘기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D직원은 이를 부인하며, 연합회장직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넘겨달라는 요구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A팀장은 B직원과 D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했으며, 순천대 이병운 총장은 D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별도의 조사팀을 꾸려 상황을 조사 중이다. 현재 인사혁신처의 고충심사 및 소청심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해 허위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위상 우위에 있는 사람이 부하 직원에게 가하는 갑질을 중심으로 인정되지만, 부하 직원이 상사를 모함하거나 '을질'을 하는 경우는 규정상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허위 신고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순천시의 한 공직자 역시 "허위 신고가 조직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근로기준법 및 국가공무원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순천대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고소전이 조직 내 갈등을 얼마나 심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A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직을 떠나는 게 답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고인물 같은 조직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마녀사냥식 괴롭힘이 이어진다면, 결코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