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너지는 서민주거사다리… 맹목적 대출규제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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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너지는 서민주거사다리… 맹목적 대출규제가 원인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4.09.23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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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공급부족 여파 월세 오름세 뚜렷
대출규제로 월세 사는 서민층 부담 커져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대출규제로 월세마저 올라 서민 주거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한 주택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대출규제로 월세마저 올라 서민 주거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한 주택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금융당국 대출규제로 매매와 전세뿐만 아니라 월세마저 오르자 서민 주거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31만337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만7000원) 대비 5% 늘었다.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파트 매매나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가 월세로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올해만 3.4% 올랐다. 지난달 대비 6.07% 상승했고 지난 2021년 8월부터 오름폭은 19.2%에 달한다. 지난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비아파트 기피가 맞물려 월세는 꾸준한 오름세다.

실제 KB부동산 주택가격 동향(8월)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가구 수가 많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전용면적 84㎡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원 기준 337만원에서 370만원 사이로 1년 사이 약 12% 올랐다. 서울 은마아파트 76㎡ 월세는 지난 8월 2일 11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60만원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서민들에게 월세란 길바닥에 돈을 뿌린다고 표현할 정도의 고비용 구조”라며 “서민 주거비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수도권에 한해 소득이 적으면 대출도 줄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했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이 변동금리 연 4%에 만기 4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기존(DSR 1단계)에는 0.38%p가 적용돼 총 7억54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6억72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당국 측은 계속해서 가계부채가 늘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22일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5조8956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말 559조7501억원보다 6조1455억원 늘어난 수치이자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최대치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높였다. 일례로 24일 기준 5대 은행 중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조건 없이 허용한 곳은 하나은행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매 목적 주담대를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수도권 주택이면 주담대를 내주지 않는다.

1주택자여도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조건 없이 1주택자인 경우 주택 구매 목적이라면 주담대를 판매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매수할 때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중단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및 우리은행은 1주택자가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만 신규 주담대를 허용한다.

전세자금대출도 어렵다. 신한은행은 취업이나 이직 및 지방 발령 등이 아니면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수도권 내 전세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상태다. 1주택자가 두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선 직장을 옮기거나 자녀의 전학 및 질병 치료 등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출규제가 수요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 구매를 전세대출로 해결했는데 대출 총액이 줄거나 충분하지 않으면 월세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세가 가팔라 임대차시장 불안이 큰데 대출규제로 수요자 혼란은 더 커졌다”며 “현재 비아파트를 포함해 모든 주택 공급이 더딘 상황에서 대출규제에 따른 월세 쏠림 등 풍선효과가 더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융당국 대출규제로 전세 수요자뿐 아니라 월세를 사는 서민층 주거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세사기 여파와 시장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월세 쏠림 및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며 “정부는 임대인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논의 등 전세제도를 점검해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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