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축소·비주력 자산 매각 진행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심축 옮겨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에 경기침체 여파까지 겹치며 극심한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생산을 줄이고 재고를 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7조1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제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으니 설비 가동률은 추락 중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평균 가동률은 2021년 93.1%, 2022년 81.7%, 지난해 74%로 계속 떨어졌다.
이에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조절하며 생산 중단 품목은 함께 협의한 다른 경쟁사에서 조달해 납품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범용제품만 생산하는 중소 기업들을 위주로 협력 논의를 더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제품과 공정, 산업단지 간 거리까지 다양한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석화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거나 비주력 자산 매각에 나서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월 중국발 증설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스티렌모노머(SM) 수익성이 악화되자 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동시에 설비투자규모(CAPEX)를 기존 4조원에서 3조원대 초중반대로 축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이 주목하는 제품은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이소프로필알코올(C3-IPA), 생분해플라스틱(PBAT) 등이다. 이미 올해 이들 제품을 각각 10만톤, 6만톤, 5만톤씩 늘리는 설비증설을 끝냈고, 향후에도 사업 비중을 계속 늘릴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부진한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자산경량화로 사업전략을 틀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KP켐텍을 청산하고, 중국에서 기초원료 생산을 담당했던 LC삼강과 가흥을 매각하는 자구 노력도 병행했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생산가지인 LC 매각 추진과 내년 CAPEX를 1조7000억원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도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을 중심으로 스페셜티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주목받는 헤셀로스는 에틸렌옥사이드(EO)와 펄프를 주 원료로 하는 셀룰로스 유도체로 수용성 페인트와 생활용품, 화장품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점성과 보습성을 부여하는 첨가제로 쓰인다.
한화솔루션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선 고부가가치 소재인 가교폴리에틸렌(XLPE) 생산을 늘리고 있다. 케이블 절연 용도로 쓰이는 XLPE(가교폴리에틸렌)는 한화솔루션이 국내 최초로 400킬로볼트(kV)급 제품 생산에 성공해 국내외 주요 케이블 업체들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일찌감치 스페셜티 비중을 높이는 사업 전략을 단행해 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합성고무가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