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방송장악’ 증인·참고인 162명 '최다' 눈길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임박해 치러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당은 '의료 대란'과 '세수 펑크', '방송 장악 의혹' 등 윤석열 정부를 관통하는 의제에 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관련 야당의 공세는 이번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국감을 진행한다. 이번 국감은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802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입법부의 대표적 역할로 꼽히는 국감은 행정부의 지난 1년간 예산집행의 적절성과 정책 수행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보완과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다.
이번 국감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치러진다는 데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부의 성과를 부각하길 원하는 여당과는 달리, 정권 탈환을 노리는 야당으로선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정부 실정'을 지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무대가 국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이번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상임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두드러지는 논란과 의혹들이 이들 상임위에서 다뤄지면서다.
기재위 소관 국감에선 2년 연속 발생한 세수결손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연내 집행이 어려운 예산 사업을 불용처리하고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해 대응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감액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 감액추경으로 국채발행한도를 높이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야당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복지위 소관 국감에선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주요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과 그로 인한 의료대란이 7개월 넘게 이어지는 만큼,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 소관 국감에선 정부의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과방위는 이번 국감을 위해 증인 108명, 참고인 54명 등 총 162명의 출석인원을 의결하며 대규모 증인·참고인단을 구성했다. 증인 중 절반 이상이 방송 분야 및 방송통신위원회 현안 관련 증인인 점을 감안할 때, 국감장에서 '제2의 방송장악 청문회'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법사위에서는 윤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에 대한 야당의 전방위 공세가 펼쳐질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법사위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논란 △김 여사 출장 조사 △코바나 뇌물성 협찬 및 전세권 설정사건 등과 관련해 일반 증인을 의결한 바 있다.
증인 명단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포함됐다. 또 최근 김 여사 공천개입 논란 의혹을 일으킨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도 채택됐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 의혹'이 이번 국감을 지배할 것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끝장 국감"으로 명명하며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경제·민생대란, 정부의 무능·실정, 권력기관 폭주, 인사참사·폭거, 국권·국격 추락 등 6대 의혹·이슈에 대해 철저한 감사와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 2년 6개월의 총체적 무능과 무대책,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추상같이 파헤쳐서 진상을 규명하고,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 책임을 묻겠다. 끝장을 내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증인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에도 응하지 않으면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국정감사는 청문회와 달리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상임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동행명령에도 출석을 거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미국은 의회에서 증인을 소환할 때 동행명령 방식을 넘어 법원에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도 가능한 제도가 있다"며 "우리는 강제 구인까진 아직 무리라 보고 있고 동행명령 제도를 활성화하고, 폭넓게 인정되게 하는 조치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