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공실률, 전국 평균 뛰어넘어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소비침체 여파에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공실률이 지속 상승하며,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으로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게를 닫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소규모 일반상가의 공실률은 2021년 6.8%에서 올해 1분기 7.6%로 상승했다. 중대형도 같은 기간 13%에서 13.7%로 올랐다. 집합상가는 2022년 9.4%에서 1분기 10.1%로 상승했다. 서울은 코로나 당시 상승한 공실률이 2021년부터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지방은 수요위축과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공실률이 더 높아졌다.
지방 상가의 공실률 상승은 지방 소멸 위험과도 연결된다. 특히 당초 예측한 수요보다 상가가 과도하게 공급된 혁신도시 등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김천혁신도시 집합상가(여러 사람이 구분 소유하는 점포가 모인 상가) 공실률은 42.5%로 전국 평균(10.2%)의 4배에 달한다. 이어 나주혁신도시(38.7%), 대구혁신도시(37.9%), 전북혁신도시(28.6%), 충북혁신도시(22.9%) 등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공실률을 기록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당시보다도 장사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부터 8월 월평균 기준 자영업자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54만4000명)의 19.7% 가량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기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역시 12개월 연속 감소하며 약 430만명에 그쳤다. 자금난에 종업원을 두지 않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버티다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난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금이 불어나며 함께 부담해야 하는 대출이자와 배달 앱 수수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이 꾸준히 상승하며 부담이 커진 탓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분기(1.52%)보다 0.04%포인트(p) 오른 1.56%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나눠봤을 때 가계대출(1.64%→1.72%)과 개인사업자 대출(1.46%→1.48%) 모두 상승했다.
배달플랫폼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최근 문제가 불거지는 형국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근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배달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한계치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구로구에서 미용업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어렵게라도 버텨오던 주변 상가들도 다 문을 닫았다. 주변에 빈 상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팬데믹 때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필수재가 아닌 이상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현금결제보다 카드결제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