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부실 15년 만에 최대규모 불어나
빚 못갚는 소상공인 대위변제도 급증...한은 선택 남아
빚 못갚는 소상공인 대위변제도 급증...한은 선택 남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길어진 고금리에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으로 몰리며 은행권의 대출 부실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미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이 한 해 동안에만 7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만에 최대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몰아쳤던 당시를 넘보는 수준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이 끝나자마자 수면 아래 리스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0%(6905억원)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겪던 2009년 상반기 말(2조263억원) 이후 최대치다.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 자영업자 대출에서의 고정이하여신이 6111억원으로 1년 새 57.6%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도 3505억원으로, NH농협은행 역시 1805억원으로 각각 50.5%와 88.9%씩 해당 금액이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신한은행(1475억원) ▲하나은행(1372억원) ▲Sh수협은행(1034억원) ▲iM뱅크(984억원) ▲BNK부산은행(936억원) ▲우리은행(905억원) ▲토스뱅크(544억원) 등이 개인사업자대출 고정이하여신 액수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몸집을 불리는 부실의 배경에는 고금리에 따른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역대급으로 높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빚조차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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