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다른 규제, ESG 지표 필요한 대기업의 대형업체 선호 키워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정부 규제가 업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면서 폐기물처리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 배출 기준이 다르게 적용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폐기물처리업계는 시멘트업계에 적용되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규제 부담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환경오염시설법)’에 명시된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을 살펴보면, 폐기물 소각시설은 배출 허용 기준이 70~90ppm인 반면 시멘트제조시설은 240ppm이 적용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질소와 산소가 결합해 형성된 대표적인 오염 물질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발전소, 산업 공정 및 폐기물 소각 등에서 방출되며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두 업계 간 적용 규제 차이가 갈등 소재로 떠오른 건 시멘트업계가 주연료인 유연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폐기물을 소성로에서 소각하기 때문이다.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태워 시멘트 생산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성로는 고온에서 물질을 가열해 화학적 변화나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산업용 장비다. 시멘트업계는 석탄의 일종인 유연탄 등을 소성로에서 태워 시멘트의 주성분을 생산한다.
폐기물은 돈을 받고 소각하기에 시멘트업계는 폐기물을 활용함으로써 연료 확보와 수익 모두를 챙길 수 있다. 폐기물을 소각해 수익을 창출하던 폐기물처리업계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멘트업계에 폐기물이 대량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폐기물처리업계는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폐쇄적 구조였던 폐기물처리 시장에 시멘트업계가 유입되면서 양 측의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면서 “과거 폐기물처리 사업자에게 가던 폐기물량이 시멘트업계로 흘러가면서 갈등의 골이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듯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ESG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대기업 등이 대량의 물량을 한 기업을 통해 폐기하기를 원하고 있다. 폐기물처리 사업자들은 대부분 소규모에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돼 하나의 대기업이 폐기물을 처리하더라도 지역마다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지자체마다 환경 관련 규제가 상이해 지역 간 형평성 논란도 발생한다. ESG 관련 공시 지표가 필요해진 대기업 입장에서는 소규모 사업자 여럿과 계약하기 보다는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 기업과 거래하기를 원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기물처리 산업 구조상 업계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규제는 물론, 지자체마다 다르게 설정된 규제 문제를 함께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