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소년 자살률 증가 원인으로 지목
韓벤처투자, 경제성 보장 분야에만 집중… 정신건강 분야 홀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만명 이상 자살자가 발생하면서,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3978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1072명 증가(8.3%)했으며,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27.3명으로 2022년 대비 8.5% 증가(25.2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연령대가 높을 수록 자살률이 높았다. 80세 이상(59.4명)이 가장 높았고, 뒤이어 70대(39.0명), 50대(32.5명) 순으로 높았다. 다만 10대의 자살률 증가폭(10.4%)이 3번째로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현재 고연령층에 비해 청소년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은 만큼, 특히 저연령층의 자살 대책에도 관심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전 세계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정신건강 장애로는 △불안 장애 △행동 장애(ADHD 포함) △우울증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과 자살은 15~19세 사이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시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문제가 성인기까지 이어져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배제 △폭력 △차별 등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나 갈등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더 큰 위험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2020년 이후 정신 및 행동 건강분야는 글로벌 디지털헬스 투자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 2024년 2분기에는 7억달러(한화 9479억원)가 투자돼 △심장학 △종양학 △비만관리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 모금됐다.
팬데믹 기간 동안인 2021년에 청소년 정신건강분야에 대한 투자금이 최고조에 달해 6억 9,100만 달러(한화 9357억원)에서 17억달러(한화 2조3020억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나, 그 후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47%, 52%씩 감소해 4억2300만달러(한화 5728억원)로 감소했다.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최소 200만달러(한화 27억원) 이상의 벤처 자금을 받은 기업 중 63%는 여러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고, 24%는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질환에 집중했다. 2023년의 투자금 중 79%는 시드 단계와 시리즈-A 단계에서 이뤄졌다. 이는 청소년 정신건강분야에 많은 신규 스타트업이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주요 국가에선 정부는 물론 민간 단위 기업들도 관련 연구에 나선 상태다. 디지털헬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시드펀드인 록 헬스는 2024년에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피보털, △피오레 벤처스, △호프랩, △아서 엠 블랭크 패밀리 파운데이션과 협력해 디지털 청소년 정신건강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다만 국내선 국내선 이제야 정부가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곤란으로 인한 자살위험 급증에 대비해 자살예방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 단위에선 뚜렷한 연구성과 마저 없는 실정이다. 국내 벤처업계에 투자 한파가 장기화 되면서 비만치료제, 면역항암체료제, 의료AI에만 투자가 몰리고 있다.
업계는 해당 분야에 마땅한 지원 정책과 경제성이 없어 외면할 수 밖에 없단 입장이다. 한 의료AI 솔루션 업체는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기술은 적어도 한국에선 큰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 출산률이 줄어드는 한국 특성상, 해당 연구의 가치가 타 분야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일명 ‘돈이 되는’분야에만 투자가 몰리면서, 경제성이 부족한 분야에 매달릴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