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지난 10일 이후 임기반환점에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의 퇴진 압박이라는 리스크를 떠안은 가운데,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가져올 후폭풍까지 마주하게 됐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을 빌미로 일제히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퇴진을 넘어 탄핵까지 시사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논란과 국정 난항에 대해 허리를 숙였으나, 개선의지나 특단의 대책을 피력하기보다 논란 해명에만 치중했다는 부정여론에 노출되는 등 국면전환에 실패했다는 게 중평이다.
실제 용산을 향한 여론도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 조사(22.4%)보다 0.1%포인트 하락한 22.3%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회견 직후 여론도 반영된 만큼, 국정 신뢰도는 당분간 침체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중대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이번 기자회견이 사실상 맹탕으로 끝난 데 따른 여파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야당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이고, 나아가 대통령 임기 2년 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까지 논의되고 있다. 야당 주도의 대규모 정부규탄 장외집회도 용산을 향한 부정여론을 키우고 있다. 이들 모두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야권의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속도감 있는 국정·인적 쇄신과 더불어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목표인 '4대(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서 반드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서 야당 협조가 없이는 국정 성과가 요원한 만큼, 여야 협치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윤 대통령 회견으로 임시 봉합되긴 했으나 여전히 여권의 잠정 리스크로 지목되는 당정 갈등도 대통령실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그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 논란, 총선 공천, 명태균 게이트 의혹, 용산·내각 인적쇄신 등 각종 현안에서 입장차를 보여 왔다.
거야(巨野)의 대통령 탄핵 공세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려면 공고한 당정 관계는 필수다. 그러나 지난 4.10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때부터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사이에 마찰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당 원내는 물론, 보수 지지층마저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으로 갈라진 상황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안보·경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윤 대통령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현 정부로선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나선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저지선을 쳐야 하는 입장인 만큼,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전략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기간 내내 우리 정부가 지급해야 할 주한미군 방위 분담금을 지금의 10배 수준인 14조 원 규모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등 국내 재계의 대미 주력 사업도 트럼프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반도체법 폐기와 관세 인상 기조에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에게 외교적 최대 난제가 던져진 셈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실에서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열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전략 모색에 나섰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향성과 방위 분담금 협상이, 경제 분야에서는 IRA 백지화, 관세 인상 등이 시급 현안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대내외적 어려움이 최고조에 이른 현 시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남은 임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